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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57 , No. 5

[ Article ]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57, No. 5, pp. 57-71
Abbreviation: J. of Korea Plan. Assoc.
ISSN: 1226-7147 (Print) 2383-917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22
Final publication date 26 Sep 2022
Received 25 Jul 2022 Reviewed 26 Aug 2022 Accepted 26 Aug 2022 Revised 26 Sep 2022
DOI: https://doi.org/10.17208/jkpa.2022.10.57.5.57

참여적 연구기법을 통해 살펴본 도시재생 실행과정의 현실 : 포항 우리동네살리기 사업지구 거버넌스 사례를 중심으로
김주일**

The Reality of Urban Regeneration Process Examined through Participatory Research Approach : A Case Study of Governance in A Small-residential Regeneration Project in Pohang
Kim, Ju-Il**
**Professor, School of Environment System Engineering, Handong Global University (jude@handong.edu)
Correspondence to : ** Professor, School of Environment System Engineering, Handong Glob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jude@handong.edu)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policy conditions existing on the ground during the closing phase of the recent Urban Regeneration New Deal in Korea. A qualitative research approach, including participatory observation and in-depth interviews, was used to analyze the governance system, its planning and performance, and the attitude of the participants at a case site. Six ethnographic focuses were found from which observations were categorized and viewed. The results showed that a nonconsensual hardware plan, mostly led by a local authority, was discredited for unfairness and became the cause of interruption and suspension of governance. The regeneration center was not as independent and arbitrative as it was meant to be. The residents are opposed to penetration by outsiders and unpleasant public facilities, thereby continuously coming in conflict with the local authorities. Due to these obstructions, the regeneration plan was changed to a more ambiguous and less public one. However, the regeneration policy is too nominal, typical, and does not consider the reality on the ground; thus, it needs to be reformed. Various sociocultural disadvantages of decaying areas should be considered and detailed measures must be developed to ensure a more realistic and effective urban regeneration policy.


Keywords: Urban Regeneration, Neighborhood Regeneration, Participatory Observation, Depth Interview, Pohang
키워드: 도시재생, 우리동네살리기, 참여관찰, 심층인터뷰, 포항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쇠락해가는 도심부에 새로이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이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개편되면서 다양한 규모와 유형의 사업들로 개편되어 전개되고 있다. 한편, 상당수 사업이 이제 마무리 단계로 돌입하고 있어 사업의 진행과정에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단계이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쇠락하는 지역에 있어 물리적 재건보다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조성과 사회통합을 우선으로 한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도시재생 종합성과지표(관계부처 합동, 2018, p. 2)에서 도시재생 성과의 가장 큰 비전은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여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도시”로 서술하고 있으며, 4개의 정책 목표 중에도 “공동체 회복 및 사회통합”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성격을 설명하는 각종 문서에도 거버넌스, 주민참여, 지역사회 등의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참여 거버넌스 체계의 형성이 사업의 주요한 목표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주민참여, 거버넌스의 방향성은 2017년 ‘우리동네살리기’ 유형1) 등의 도입과 함께 더욱 강화되었다. 우리동네살리기는 기존의 재개발 방식과는 다르게 주민참여 활성화, 마을 기업 육성 등 비물리적이고 공동체 중심적인 활성화를 주안점으로 하고 있다. 조성되는 시설의 경우에도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위한 최소한으로 한정하면서 사업의 취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대규모 도시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 도시의 여건에서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에는 여전히 실험적이고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 정부 사업에서 강조되는 주민참여, 거버넌스는 당위적, 선언적인 차원에서 구상된 것인 반면, 각 지역과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을 깊이 고찰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재생 현장에서는 의견수렴의 어려움, 주민 대표성 부족 등의 이유로 실질적 참여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이나경, 2021).

이 연구는 도시재생사업의 현실을 관찰하고 검토하여 거버넌스가 형성되는 과정과 그 속에 나타나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주민참여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우리동네살리기 사업 사례를 조사 관찰하고자 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참여적인 현장조사 방법을 통해 살펴보고 그 현황과 특징, 문제점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포항시에서 진행 중인 우리동네살리기 사업에 초기부터 참여하고 관찰해온 자료를 토대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며, 공식적인 보고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 내부 여건과 사업 진행상의 상황 등 현장의 실행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1) 도시재생 뉴딜 사례연구

도시재생 뉴딜사업 시행 초기에는 정책의 구성과 취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들이 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 연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상당수가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실제로 사업 현장에서 나타난 구체적인 현실들에 초점을 두는 사례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와 거버넌스 구성이라는 정책 취지가 가장 밀접하게 반영되는 우리동네살리기 사업을 대상으로 하기로 한다. 사례 현장으로는 쇠락하는 원도심 주변의 주거지역으로서, 인구감소와 노령화, 주거 공동화 등 재생지구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는 지역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점상으로 2019년 이전에 시작된 사업지구로, 사업 과정이 진행되고 현재 마무리 단계를 맞고 있는 사업지구가 적절하다. 이러한 요건들을 전형적으로 갖추고 있는 동시에 연구진에게 있어 참여조사의 여건이 제공되었던 포항의 신흥동 지구를 사례로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2) 연구 진행 및 서술 방식

연구 진행은 질적 연구방법론의 절차를 참고하고 있으며, 크게 보아 참여조사와 심층인터뷰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참여 연구는 연구자 자신이 사업 초기에 자문역으로 초빙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후에는 참여디자인 활동을 통해 보다 집중적인 방식으로 계속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찰자 또는 참여자의 관점에서 사업 진행 과정과 대상지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심층인터뷰 단계는 관찰 내용을 검토하는 동시에 거버넌스 형성과 관련된 문제점을 참여 주체들의 태도나 인식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참여적 연구과정의 틀은 Spradley(2016)의 ‘발전식 연구절차(Developmental Research Sequence)’를 참고하였다.2) 사회적 상황 정하기(Locating a social situation)에서 시작하여 문화기술지 작성(Writing an ethnography)으로 마무리되는 12단계의 과정 중 이 연구의 맥락과 관련된 5단계(Figure 1)를 추출3)하였다. 참여관찰 단계는 관찰된 내용을 다시 주요한 문제 중심으로 서술함으로써 마무리된다. 이어지는 심층인터뷰 단계에서는 주요 문제들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식과 견해를 파악하고자 하며, 특히 주체 간 갈등과 같은 사업 진행의 이면에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나타난 함의점을 요약하고 현행 재생사업의 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하면서 연구를 마무리한다.


Figure 1. 
5 steps of participatory observation

한편 연구의 결과물은 방대한 기록과 녹취록 등으로, 이를 요약 제시하기 위한 특별한 서술 방식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사업의 진행 과정을 시간순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되, ‘주요문제 발견하기’에서 파악된 문제점 및 관련된 심층인터뷰 내용을 해당 시점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3장과 4장의 내용은 이처럼 관찰 내용과 인터뷰 내용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3) 참여조사

참여조사 또는 참여관찰은 연구자가 특정 집단의 일상에 장기간 참여하여 그들의 삶과 문화를 관찰, 기록, 해석하는 활동을 의미한다(박미규·황희연, 2015, p. 21). 제삼자적이고 객관적 통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양적연구와는 달리, 연구 대상과 범위를 한정하되 직접 현장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심층적인 현실 정보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질적연구 방법론의 하나이다. 한 정책의 외형적인 결과보다는 사업 참여자들의 내부적 갈등 요인 등, 수치화되거나 객관화되기 어려운 내적인 여건을 연구하기에 유리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참여조사는 연구자가 현장에 참여하는 정도, 공개/비공개의 여부 등에 따라 4단계4)로 구분될 수 있다. 연구자는 대상 재생사업 초기에 자문이나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사업을 관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일종의 ‘외부 관찰자(Observer as participant)’ 유형의 참여로 볼 수 있다. 한편, 사업이 진행된 이후에는 학생 그룹과 함께 ‘과정 중심의 디자인’을 표방하는 참여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참여디자인 프로젝트는 결과물보다는 재생지구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파악하는 과정에 초점을 둔 작업이었다. 노년층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과 청년대학생의 협력에 중점을 두고, 2개 학기 동안 20회 이상의 방문, 2회의 주민간담회, 2회의 마을 행사 등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의 조사 관찰 내용은 모두 영상과 에세이로 기록되었으며, 연구의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다.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 관찰은 내부적인 관점에서의 관찰로 볼 수 있으며, 4개 유형 중 ‘관찰하는 참여자(Participant as observer)’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 진행의 내부적 여건과 현실을 관찰해볼 수 있었다(Figure 2).


Figure 2. 
Time-variant role of researcher as observer

4) 심층인터뷰

참여조사에서 찾아낸 현장의 핵심적 문제를 중심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에 대해 보다 상세히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터뷰는 사업이 충분히 진행되어 대상자들의 의견 개진이 가능해진 2021년 7월 중순에서 10월 말의 시기에 집중적으로 실시되었다. 대상은 거버넌스에 직접 관련된 행정관계자, 도시재생기초지원센터(이하 기초센터) 및 현장지원센터(이하 현장센터) 직원, 주민협의체 대표(이하 주민대표) 등 총 11인이었으며, 사업에 대한 인식과 대표성이 높은 5인(Table 1)과는 1시간 이상의 인터뷰와 녹취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연구의 취지에 대한 설명, 녹취에 대한 동의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모두 익명 처리하기로 하였다.

Table 1. 
Main targets of interview



Ⅱ. 선행연구 및 이론적 검토
1. 관련 선행연구
1) 참여조사, 심층인터뷰 관련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참여적 조사방법이나 심층인터뷰를 통해 다룬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차노휘(2021)는 이 연구의 방법론과 유사한 관계 형성 기반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를 다루었으나, 주로 이주민의 정착 문제에 한정하고 있다. 한연오 외(2021)는 도시재생지원센터 직원들의 현실적 근무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역시 심층인터뷰를 이용한 바 있다. 박미규·황희연(2015)의 경우는 Spradley의 민속지학적 참여관찰을 적용한 연구사례로, 이 과정을 통해 프리마켓 참여자들의 행동과 인식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참여조사 연구를 통해 도시재생사업 과정 전반을 다루는 연구는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정책실행 과정과 문제점에 관한 많은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의 결과로 작성된 문헌 자료들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실제 진행과정에 대한 장기간의 참여를 토대로 한 연구는 드물었다. 관련 보고서들은 대부분 성과 차원에서 작성되는 경우가 많아 정책과 현장 간의 괴리와 그로부터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현장에 대한 참여조사 결과에 중점을 두는 연구가 함의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 도시재생 거버넌스 실행 관련

도시재생사업에서의 주민 중심 거버넌스 체계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이들은 크게 보아 주민참여 활성화의 요인을 찾기 위한 연구(김동춘 외, 2017; 김주현·장명준, 2019)와 효과적인 거버넌스 체계의 방향성을 다루는 연구(윤병훈 외, 2020; 이원동·최명식, 2017)로 구분할 수 있었다. 현장 사례를 통해 주민참여 거버넌스 문제를 다룬 연구로는 이나경(2021)이 대표적이다. 창신·숭인 재생지구 현황분석을 통해 주민참여의 목표와 현실 간에 괴리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례연구를 통해 현장의 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본 연구와 일치하나, 문헌 속 단어 빈도 분석 등을 이용하고 있어 방법론상에서는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 외에도 최호운 외(2011)는 수원 재래시장 현장 연구를 통해 주민참여 거버넌스의 현실적 어려움을 다룬 바 있다.

도시재생과 관련된 많은 연구가 등장하고 있으나 주민참여,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주로 이론적이고 당위론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참여, 거버넌스가 예측 불가능한 현장 여건과 참여 주체들의 현실적 대응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규정된 정책 틀을 벗어날 수 있는 현실은 다루고 있지 못하다. 이 연구는 기존 경향과는 달리 정책의 현실적 이면, 사전에 규정되지 않는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거버넌스를 다루고자 한다.

2. 도시재생 정책 변화
1) 도시재생 뉴딜 변화과정 및 쟁점

관련 정책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2013년이다. 전국적 인구감소와 도심 공동화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수립 차원에서 제정된 이 법은 도시경제기반형, 근린재생형의 2개 유형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2014년에는 근린재생형을 중심시가지형과 일반근린형으로 세분한 일반사업이 시작되면서 3개 유형의 사업이 지역별로 적용되어 간다. 한편, 기존 사업이 주민 체감도가 낮고 재정지원 수준도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라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2017년 제정하면서 사업유형도 5가지5)로 세분화 되는 개선이 나타난다. 또한 2019년에는 신규 3개 유형6)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다양화되기에 이른다. 유형들 중에서도 ‘우리동네살리기’는 가장 작은 규모의 재생사업이지만 주거복지 향상, 지역 공동체 회복으로 대표되는 뉴딜의 방향성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 5만m2 이하의 순수 주거 생활권을 대상으로 하여 물리적인 정비보다는 주민 유대관계 회복 등 사회문화적인 개선을 통한 자생적 생활권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 공동체를 사회적기업으로까지 발전시키고자 하는 방향성(국토교통부, 2020, pp. 2-3)은 기존의 물리적인 정비 중심의 된 재생사업과는 가장 차별화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 실행에 있어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어 온 것은 역시 거버넌스에 관한 부분이다. 도시재생 뉴딜의 경우 특히 주민 공동체의 강화된 역할에 중점을 두어 거버넌스를 규정하고 있다. 주민 공동체가 단순 참여를 넘어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지속적인 경제조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 또한 주민과 공공의 가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민 중심 거버넌스를 지원하는 장치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정책 전반이 주민참여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현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공공의 기대와 주민의 의지, 역량 간에는 큰 간극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문장원, 2019). 결국, 재생 현장의 현실을 고찰함에 있어 주민 공동체의 구성과 활동방식,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위상과 역할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2) 대상지 여건

신흥동은 포항시 원도심부(신흥동673 일원)에 위치한 주거지로, 한때는 양호한 접근성을 토대로 학원가, 관공서 등이 집중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관공서 이전과 인구의 외곽 이동을 겪으면서 전형적인 쇠락 주거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2019년 사업 지정 이전 10년간 인구감소 비율이 32.7%에 이르고 노후주택 비율이 61.4%, 불량도로 접도율이 30.8%에 이르는 등, 공간 노후도가 가장 심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포항시, 2019a).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51.6%로 나타나는 등, 노령화가 추세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 2012년 이후 마을을 지나는 철로를 그린웨이로 전환하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다. 이후 2017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우리동네살리기 사업지 대상지로 선정되었으며, 총 78억 원이 투입되는 3년의 재생사업이 구상되기에 이른다. 재생사업 실행계획(이하 사업계획)은 그린웨이를 활용한 마을 활성화라는 취지(포항시, 2019c)로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며 2019년 2월에 제안되었다(Figure 3).


Figure 3. 
Location(left) and view of existing railway(right)

Source: author, Sep. 2019




Ⅲ. 사회적 상황 정하기
1. 초기 진행 상황
1) 사업 개시와 참여조사 시작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구상이 발표되면서 포항시는 2017년 4월 ‘도시재생 정책자문단’을 조직하여 사업을 대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또한 사업 선정 후인 2018년 말에는 실행단계에서의 논의를 위한 ‘도시재생 추진협의회’를 구성한다. 연구자는 관련 자문단, 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사업의 준비와 시행 초기에서부터 관련 상황들을 외부적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보다 직접이고 내부적인 현장 관찰은 2019년 2월에 시작되었다. 시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인 ‘마을역량강화사업’이 시작되면서 연구자는 청년대학생들과 그룹으로 ‘도심에 살으리랏다’라는 명칭의 참여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하게 된다. 실제로 마을 공가에 거점을 두고 생활하면서 주민들과의 공감을 통해 재생사업을 파악해보자는 취지였다. 쇠락해가는 지방 도시의 현실을 생생하게 관찰·기록하는 작업에 의미를 둔 프로젝트였다. 참여자들은 2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마을 주택정비 방안’과 ‘Tactical Urbanism(Lydon and Anthony, 2015)을 통한 마을 환경개선‘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Figure 4). 그러나 당초의 구상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마을 내부에서 생활하는 부분은 안전과 재정지원 문제로 행정측이 난색을 표했다. 마을 환경개선의 경우도 일부 주민들이 오해에 따른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역시 난관을 겪는다.


Figure 4. 
Participation activities: a) making street furniture, b) meeting inhabitants, c) idea exhibition, d) ethnographic record

Source: author, Jun. 2019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평상을 노인 분들은 좋아하고 잘 활용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저런 거 만드는 데 사업비를 쓰는 거 아니냐면서 와서 따지기도 했다. (기초센터 B씨)

관청 측과 주민 측 사이에 무언가 불신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았는데, 당시로서는 그게 무언지 잘 알 수 없었다. (Tactical Urbanism 참여 학생 중 1인)

사업 진행 초기부터 예민해진 주민들의 반응, 그리고 행정측과 주민들 간의 틈새가 있음을 알게 된 참여팀은 활동계획을 일부 변경하기에 이른다. 공간 관련 활동보다는 친교와 봉사활동 등 인적교류와 소프트웨어 제안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후 참여팀은 마을의 재생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 발표회, 간담회, 주민초청 행사 등 여러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한편으로는 진행과정과 주민들의 움직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하였다.7)

2) 실행계획 수립과 확정

2019년 2월 사업 실행을 위한 밑그림에 해당하는 활성화계획의 수립이 진행된다. 계획에는 2개의 용역사가 지원한 가운데, 마을식당, 마을목공소 등 주민공동시설과 주차장 등 공용시설을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획안이 제출된다. 당시 2개 용역사가 제출한 제안서는 계획의 개념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부지 선정과 시설 구상 부분은 사실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2개 계획안(Figure 5)을 비교해보면 일부 시설의 명칭에서 차이가 날 뿐, 입지와 기능은 매우 유사하였다. 특히 주요 부지라 할 수 있는 주차장, 마을회관,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안이 사전에 어느 정도 결정된 방식으로 진행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결국 시설부지 위치 등에 대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관련자들은 언급되고 있었다.


Figure 5. 
Alternatives proposed in early planning stage

Source: The City of Pohang, 2019b, 2019c



용역사가 제시한 2개 계획이 사실상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이미 행정측과의 협의를 통해 시설부지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용역 심의위원)

신흥동 지역의 부동산 매물이 사업 훨씬 전인 2017년 중반 이후에는 싹 다 사라졌다. 이미 정보를 아는 사람들이 신흥동으로 진입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재생위원 E씨)

2. 참여관찰 - 공간영역 분석하기

참여관찰은 대상의 물리적·사회적 영역성에 대한 이해 위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참여관찰 방법론에서는 이를 ‘영역 분석하기(Making domain analysis)’로 일컫고 있다(Spradley, 2016, pp. 86-99). 사례지역의 경우도 형성 과정의 여건으로 인해 이질적인 공간영역으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어 그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했다. 형태상으로 볼 때 재생지구는 전체 신흥동 행정구역 중 동측의 도심 상권 지역과 서측의 구릉지로 구분된 면적 48,52m2의 주거지역이다(Figure 6).


Figure 6. 
Locational condition of Shinheung area

전체 7개의 소블록으로 구분되는 가운데, 행정구역상으로는 4개 통으로 분할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Figure 7). 그러나 참여조사 과정에서 또다른 공간영역 구분이 대상지 내에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과거 철로였던 그린웨이를 경계로 한 서쪽(5통)과 동쪽(6~8동) 사이의 사회적 단절이다. 6~8통의 경우 구획정리로 조성된 일반적 도시지역인 반면, 5통의 경우는 철도와 구릉지 사이에 무허가 주택이 조성되면서 형성된 블록이었다. 철도로 구분된 이 두 영역은 주민들 간에는 사실상 서로 다른 동네로 인식되면서 특별한 교류가 없이 지속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Figure 7. 
Domain division of the area

5통에는 무허가 주택이 많고 생활보호 대상자도 많아 사실 마을 동서 간의 계층 차이가 좀 있다. (현장센터 C씨)

인위적으로 하나의 사업지구로 지정되었지만, 그 내부에 여전히 사회문화적으로 단절된 공간영역 구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성은 주민협의체 구성이나 거버넌스 운영방식 등에도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5통 사람들과는 교류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들은 주민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주민대표 A씨)


Ⅳ. 집중관찰 하기
1. 참여관찰 - 주요 문제발견

참여조사는 처음에는 범위를 정하지 않은 전체적인 관찰로 시작하지만 대상의 특성이 파악되면서 점차 ‘문화기술적 초점(Ethnographic focus)’, 즉 주요 관찰 영역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조사관찰로 이어져야 한다(Spradley, 2016, pp. 101-110). 신흥동 재생사업에 대한 관찰 결과를 정리하여 그 핵심을 가장 잘 요약할 수 있는 6개의 영역을 선택하였다. 영역별로 관찰된 핵심적인 내용은 다시 질문의 형태로 <Table 2>와 같이 서술되었다.8)

Table 2. 
Ethnographic focuses in form of questions


2. 집중관찰 및 심층인터뷰 - 시기별 서술
1) 사업 초기 - 행정주도 진행, 주민 반발

사업 출범 후, 현장센터 개소(2018년 12월)와 실행계획 승인(2019년 2월)이 진행되면서 사업 시행을 위한 형식적 요건들은 모두 갖추어진다. 한편, 주민 의견 개진의 통로가 되는 주민협의체는 그때까지도 발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행정측은 임박한 사업절차를 해결하기 위해 통·반장 등 기존 행정지원 인력을 중심으로 임시협의체를 구성해서 주민측 의사결정을 전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월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선출한 주민협의체가 출범하면서 승인된 계획안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기 시작한다. 시설부지 중 주차장으로 지정된 2개의 토지가 모두 외지인들이 최근 매입한 곳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주민대표가 되고 나서 계획을 들여다보니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 마을에 살지 않던 사람이 여러 부지를 매입해 놓았는데, 다 시설부지로 지정되어 있었다. (주민대표 A씨)

이후 ‘마을식당’으로 지정된 B목욕탕(702-5번지), ‘순환형임대주택’으로 지정된 S여관(706-7번지)도 문제가 된다. 더욱이 S여관의 경우 행정측과 관련된 외지인이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증폭되어 갔다. 행정측은 그럼에도 2개의 주차장 부지에 대한 매입을 시도하였지만 역시 난관에 봉착한다. 외지인으로 알려진 토지 소유주는 시가의 2배에 달하는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생한 문제들은 결국 사업 초기부터 거버넌스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주민협의체가 기존 계획안으로는 참여할 의향이 없음을 통보하고 행정측에 사업 중단을 요구한다. 이에 행정측은 이미 승인된 계획안은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업진행은 중단되고 행정-주민 간 대치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상황의 변화는 2019년 후반에야 나타났다. 사업 중단이 길어져 위기가 현실화하자 행정측은 결국 사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문제가 된 시설부지는 물론 계획안 자체의 변경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히면서 사업 중단 상황은 2019년 말 일단락된다.

2)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중재, 대안 제시

2019년 말 계획안 변경 가능성을 밝힌 이후, 행정측은 기초센터 및 현장센터를 통해 주민에 대응 방식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초센터의 팀장급 직원에게 주민협의체와의 협의를 전담하게 하면서 주민 반발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초센터는 대체할 수 있는 새 부지를 모색하기 시작하였으나, 결국 여러 제약으로 적절한 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해당 시점에서의 여건상 여러 부지를 매입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한 부지에 모든 시설을 모으는 복합건물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규모가 큰 편인 S학원(703-1) 건물을 매입하여 당초 계획된 마을 시설을 이곳에 모두 수용하자는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 대안은 이번에는 행정측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당초 계획안과 지나치게 달라지는 데다가 한 부지로의 시설집중은 재생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Figure 8).


Figure 8. 
Proposed multifunctional building

공용시설이 한 건물에 집중되면 재생사업 취지에 맞을 리 있겠는가? 변경 승인받기도 어려울 거다. (행정관계자 D씨)

주민들도 반응하지 않으면서 결국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제안은 무산되기에 이르고, 결국 부지 선정이 없이 사업 첫해를 넘기게 된다. 이후 행정측은 직원과 업무를 재배치하는 등,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중재 역할을 사실상 축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센터에서는 그간 주민들과 관계를 쌓아온 직원이 퇴직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된다. 행정-주민 간 갈등이 지속되고 신뢰가 손상된 상태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원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음을 언급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행정측에 종속된 기관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이 활동의 큰 제약요인이었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개념상으로는 거버넌스의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예산과 부지선정 등 중요 결정은 다 행정측에서 한다. 주민들도 이를 알고 직원들을 잘 믿지 않고, 때로 마구 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재생센터 B씨)

도시재생지원센터 직원들도 어차피 공무원들과 말 맞추는 사람들이라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가 없다. (주민대표 A씨)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도 한계에 부딪히자, 행정측은 사업 방향의 수정을 고려한다. 주민들의 의견이 정해진다면 이를 반영해 계획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음을 주민측에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된 부지의 선정도 주민측이 직접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제안도 내놓는다. 사업 중반에 이르러 계획변경과 사업진행의 주도권이 갑자기 주민측으로 주어지게 되는 변화라 할 수 있었다.

담당 행정관계자가 주민 의견대로 사업계획을 변경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당시 회의록에 분명히 적혀 있다. (주민대표 A씨)

3) 주민협의체 주도, 대체 부지 모색

2020년 초부터 주민협의체는 직접 대체 부지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당시 주민협의체는 행정측에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외지인 매입 부지는 대상에서 제외할 것, 둘째, 주차장을 그린웨이로부터 마을 내부로 옮기는 것이었다. 둘째 요건의 경우 그린웨이 중심으로 시설을 배치하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동측 주민 편의가 중심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행정측은 이에 난색을 표했으나, 사업 중단의 위기 상황에서 결국 주민들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게 된다.

주민협의체는 대표 A씨를 중심으로 마을 내부가로에 주차장 대체부지를 모색하던 중, 영업 중단 상태인 W여인숙(704-8) 소유주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부지 매입이 성사되자 바로 옆의 또 다른 영업 중단 부지인 S침술원 또한 매매 의사를 밝히면서, 마을 북측 교차로 부근의 280m2가량의 부지가 모두 확보되기에 이른다. 주민들은 이를 주차장 부지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고 행정측이 받아들이면서 최초의 시설부지로 확정된다.

주차장 부지가 적정가에 확보되기 시작하자 당초 고가를 요구하며 버티던 여타 시설부지도 매입되기 시작한다. S여관(706-7)과 임시 현장센터로 쓰는 주택부지(709-5)가 매입되었고, 이 외에도 나대지로 머물던 부지(674-7, 704-14)도 매입되면서 1년여 만에 시설 부지의 확보가 끝나게 된다(Figure 9).


Figure 9. 
Locations of parking area, before and after

부지 매입 문제 때문에 결국 사업이 1년간 표류했다. 미리 협상과 설득을 위한 전략이 있었더라면 소란 없이 잘 진행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장센터 C씨)

부지 매입 이후에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계속적으로 드러났다. 행정측은 주민측이 선정한 시설부지를 반영한 계획안을 작성해야 했으며, 이를 중앙에 제출, 승인받는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주민들 내부에서는 기존 계획상 시설부지 소유주의 항의가 이어졌다. 기존 요구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부지를 다시 매입해줄 것을 행정측에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협의체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기존 부지의 매입은 무산되게 된다.

기존 부지 소유주들은 알박기, 투기하려고 매입한 사람들이라 다들 생각한다. 절대로 그 부지들은 매입하지 말라고 행정측에도 강하게 요구했다. (주민대표 A씨)

4) 변경계획 작성, 시설 착공

2020년의 계획 변경 작업 이후, 시설의 위치는 물론 기능과 명칭 면에서도 당초 계획과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2019년 승인 계획의 건물시설은 마을도서관, 마을식당, 순환형임대주택(게스트하우스), 마을목욕탕, 마을식당의 5가지였다. 그러나 2021년 2월 변경계획에는 용도가 불명확한 시설 3개만이 등장하고 있다(Figure 10, 11).


Figure 10. 
List of facilities, before and after


Figure 11. 
Comparing initial and final plans

변경된 시설은 ‘어울림센터’, ‘커뮤니티센터’, ‘공동작업장’으로, 모두 일반적이고 모호한 명칭으로 되어 있다. 용도나 활용방안에 대해 기초센터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응답하였다.

사업이 지연되고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되면서 부지 매입과 착공에만 신경 쓰다 보니, 사실 시설 콘텐츠의 구체적인 구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태이다. (기초센터 B씨)

시설의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변경계획 승인 시기인 2020년 중반까지도 논의되지 못한 것이었다. 하드웨어 부분만 합의되었을 뿐, 시설의 기능이나 운영방식과 같은 소프트웨어 부분은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논란을 줄이고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시설의 활용방안을 놓고 이후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도 볼 수 있었다.

5) 혐오시설 관련 주민 내부 갈등

갈등은 주로 행정측의 진행에 주민협의체가 반발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민들 내부의 갈등도 발생하였으며, 공중화장실과 재활용시설부지를 놓고 발생한 2020년 초의 문제가 그 사례였다. 그린웨이변의 공중화장실은 변경계획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주민협의체는 위생을 이유로 취소를 행정측에 요구하면서 결국 사라지게 된다(Figure 12).


Figure 12. 
Locations of 2 canceled facilities

화장실은 그린웨이에 필요한 도시 차원의 공공시설로 계획된 것인데, 아무나 사용하면 마을을 더럽힌다고 주민협의체가 극구 반대해서 없앨 수밖에 없었다. (현장센터 C씨)

한편, 재활용 시설부지의 경우, 당초 계획에는 없었으나 주민협의체의 요청으로 변경계획에 추가된 시설이었다. 그러나 부지 주변 주민 28명이 오염을 이유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집단 반대운동이 시작되고 지역 언론도 다루기 시작9)하면서 다시 사업 중단의 우려가 커진다. 거기에 변경계획안 제출 시기가 다가오자 결국 주민협의체는 이를 취소하고 ‘주차장 관리소’라는 계획에 없던 용도로 변경하여 사태를 정리한다.

쓰레기 문제가 심해서 재활용 시설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부 주민들이 이를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아쉽다. (주민대표 A씨)

주민협의체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중에도 주민 내부 갈등과 그로 인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시설의 미세한 입지 차이가 님비(NIMBY) 현상과 주민 갈등을 유발하여 거버넌스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들 내에도 거주 영역이나 계층에 따라 의견이 갈라지고 특정 시설에 대한 찬반이 갈라질 수 있다는 점이 사업 진행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다. (행정관계자 D씨)

6) 시설 확장, 변경계획 승인

변경된 계획이 제출, 최종 승인된 것은 2020년 5월이었다. 사업 기간 절반가량이 지난 후에 계획안이 확정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용시설의 숫자와 입지, 기능이 모두 달라졌다.

정작 필요한 부지는 매입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엉뚱한 부지를 매입하게 되곤 하는 문제가 소규모 재생사업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이 놀랍다. (재생위원 E씨)

결국 전체 계획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당초 계획안은 철길 그린웨이를 중심으로 마을의 공간구조를 형성하는 목표로 내세우고 있었다.10) 주차장과 카페 등 주요 공용시설을 그린웨이 변에 집중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활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종 계획안에서 이러한 방향성은 희박해진다. 건물은 물론 주차장, 공원과 같은 외부공간도 모두 동측 6-8통 내부에만 집중된 것이다(Figure 13).


Figure 13. 
Location change of public facilities

그린웨이 주변에 배치된 시설이 모두 없어지다 보니 당초 안포가도(그린웨이)를 중심으로 마을을 재생한다는 사업 취지가 크게 퇴색되었다. (재생위원 E씨)

변경계획안의 또 다른 문제는 공간영역 간 형평성이다. 시설이 모두 6-8통 내부로 이전하면서 그린웨이 서측의 5통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당초 계획에는 5통 영역에도 2개의 주차장과 공용화장실, 카페공원, 스포츠시설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주민협의체가 시설부지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모두 이전 내지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당초 5통에는 1,643m2의 시설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변경계획에서는 모두 생략된다. 반면 6-8통에는 1,746m2에서 1,979m2로 증가한다(Table 3).

Table 3. 
Comparing facility number and scale


5통에 무허가 주택 저소득층이 많다 보니 사업 진행에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 그쪽에 배정되었던 시설이 취소되는 중에도 특별한 반대가 없었다. (현장센터 C씨)

7) 공용시설 착공, 사업 완료 연기

변경계획 승인 이후 주차장 등 외부공간 시설은 빠른 착공으로 이어져 2021년 4월에 완공되었다. 그러나 건물형 시설들의 경우 신축과 리모델링 사이의 논란 등으로 인해 2021년 후반기까지도 착공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2021년 이내로 사업을 완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행정측은 사업 완료 연기를 국토부에 요청하기에 이른다.

시설 준공을 한다 해도 관리운영 방안 등도 아직 정해진 게 없어 갈 길이 멀다. 6개월 연장을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오히려 1년 연장하라고 할 정도였다. (행정관계자 D씨)

한편, 연기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신문11)과 시의회 시정질의12) 등에서는 사업 진행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고 퇴직하는 등, 사업 여건은 더 불안정해지게 된다. 결국 커뮤니티센터, 어울림센터는 예상보다 훨씬 늦은 2022년 4월과 6월에 각각 완공되었다.

잘 진행된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내부 진행 상황을 들여다보니 관리운영 방안도 미비하고 사업 진행의 전후가 바뀌어 있는 것 같다. (시의원 시정질의 중)

8) 마을조합, 공용시설 관리운영

도시재생 뉴딜사업, 특히 우리동네살리기에서는 주민 중심 사회적 경제조직의 구성과 관리운영계획이 강조되고 있다(국토교통부, 2021, p. 24). 시설조성보다는 주민들을 교육하고 조직하여 이를 운영하는 능력을 갖춘 주체로 만드는 것이 더 근본적인 목표인 것이다. 신흥동의 경우 변경계획이 승인된 이후부터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이 진행되어, 2021년 2월에 포항시 최초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인가된다.13)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라지면서 시설의 용도나 기능이 구체적으로 구상되지 못했기에 활용을 위한 관리운영 계획은 여전히 난항을 겪게 된다. 2021년 4월 이후 외부 컨설팅과 자문을 통해 시설 활용계획을 찾고자 하였으나 주민들이 합의할 만한 결과를 찾지 못한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서 급하게 시설 활용방안을 구상했고 노인요양시설 등이 대안으로 제안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반대하면서 결국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센터 C씨)

주민 여건상 관리운영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했다. 60대 이상이 77%인 초고령 지역으로, 카페나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을 직접 운영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지역의 현실이 마무리 단계에서야 한계로 드러난 것이다.

다들 60대 중반 이상인 주민들인데, 이분들에게 무슨 카페 운영 같은 것을 직접 하라고 할 수 있겠나? (주민대표 A씨)

초기의 거버넌스 파행으로 인해 관리운영을 위한 주민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도 원인이었다. 조합 설립 이후인 5월부터는 현장센터에 경력직 사무국장이 충원되어 조합 운영, 갈등 관리 등 관리운영을 위한 주민교육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사업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는 크지 않았음을 관련자들은 지적한다.

사업 막바지인 2021년 중반에야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주민 조직과 교육이 먼저 진행되는 게 아닌가. 앞뒤가 좀 뒤바뀐 것 같다. (현장센터 C씨)

주민협의체는 시설을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2021년 12월에는 위탁할 수 있는 외부의 단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커뮤니티센터(674-7)는 카페 운영 경험을 가진 외부 협동조합에게, 마을공동작업장(709-5)은 지역예술가 협동조합에 위탁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다시 행정측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조합원이 아닌 외부인들이 공용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부지 선정도 주민에게 맡겼는데 관리운영 부분까지 주민 뜻대로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행정관계자 D씨)

기껏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다시 외부 조합에 위탁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럴 바엔 민간이 아니라 차라리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게 낫다. (지역구 시의원)

행정측의 결정 지연으로 외부 단체 위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주민협의체는 이에 또다시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한다.

외부단체라도 마을조합에 가입시켜 운영하게 하면 외부인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책 없이 결정을 반대하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자는 건가. (주민대표 A씨)

관리운영 방식에 대한 갈등은 사업 완료를 3개월 앞둔 2022년 6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설 운영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거버넌스 체계는 또다시 멈추어 있으며, 공용시설 건물들도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Ⅴ. 집중관찰 문제 고찰
1. 집중관찰 1: 사업계획의 주도권 관련

각 도시는 지역 특성과 주민 견해를 반영한 활성화계획을 수립하여 재생에 대한 전체적, 중장기적인 비전을 구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정책 공모 지침에 따라 단기간에 경쟁적으로 관련 계획을 작성해야 하는 여건상, 충분한 조사나 참여자들과의 협의 등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계획수립을 대행하는 용역사도 지역의 구체적인 여건을 파악할 만한 여유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행정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신흥동의 경우에도 사업계획이 작성되는 동안 주민들은 공식적인 대표기구를 만들지도 못한 상태였다. 이는 이후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되면서 결국 계획의 취소로 이어진다. 사업계획은 시설만이 아닌 거버넌스의 합의라는 의미도 가진다. 사업계획이 행정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었다는 인식은 그 의미를 손상시켜 거버넌스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계획의 작성에 우선하여 공정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성될 수 있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사업 선정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지역사회와 소통할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

2. 집중관찰 2: 시설구상 절차와 실행 관련

재생사업이 주민참여, 관리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하나, 현실적으로는 시설 배치가 사업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함을 관찰할 수 있었다. 소규모 공용시설이라 해도 쇠락하는 지역에서는 전례 없던 부동산 가격 변화를 가져오고 주민들을 민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례지역의 경우 초기에는 행정측이 사실상 시설의 기능과 입지를 전반적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투기 의혹으로 반발과 파행, 주민측의 시설선정 주도, 주민 내부 갈등과 같은 일련의 상황으로 결국 처음과는 다른 시설계획으로 끝나게 되었다.

결국, 시설 관련 결정이 합리적인 절차보다는 의혹, 반발, 님비현상과 같은 감정적 변수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거버넌스 체계 내에서의 합의와 대안모색보다는 결정 주체의 교체와 같은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 결정되어 간 것이다. 시설배치와 같은 민감한 결정을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 역량이 사업지구에 형성되지 못한 데 따른 문제로 볼 수 있다. 거버넌스 체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교육과 규범이 주민과 행정측 모두에게 주어질 필요가 있다.

3. 집중관찰 3: 지원조직의 실효성 관련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일정한 자율성, 독립성을 가지고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사업 진행을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례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협의가 행정-주민 간에 이루어지는 동안 센터는 그에 맞는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관찰되었다. 주민들은 센터를 독립적 기구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행정측에 대한 불신, 불만을 센터에도 그대로 투영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재정과 인사의 권한이 없기에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입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문제는 그동안도 계속 제기되어 왔다(국회입법조사처, 2017, pp. 42-43). 또한 사례지역의 경우 센터의 실태와 관련하여 퇴직 공무원의 센터장 임용, 센터 직원의 시청 파견 근무, 재생 이외 업무 투입과 같은 문제들이 제기되기도 했다.14) 행정측이 센터를 사실상 부속기관으로 인식하는 실태들이다. 센터의 안정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선언적 정책이 아닌 행정체계와 실무, 관련자의 인식 모두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4. 집중관찰 4: 정책지향, 중점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도시재생 뉴딜의 경우 주민공동체 형성과 역량강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 공동체에 의한 자립 경제기반이 형성되어야 지속가능한 재생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근린형, 우리동네살리기와 같은 소규모 주거 재생사업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소규모 재생사업에서도 하드웨어의 비중과 영향은 여전히 결정적인 것으로 관찰되었다. 가시적 성과를 도출, 보고해야 하는 지자체 여건상 시설물 조성에 두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그에 비해 운영계획이나 교육과 같은 비가시적 성과는 단기간에 형식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례의 경우 사업 기간의 2/3가량이 시설 배치 및 시공에 소요됐지만, 활용계획이나 운영능력 확보 등 내용적 측면은 형식적으로만 다루어진 것으로 관찰되었다. 결국 종반에 이르러 시설 활용계획 부재, 주민 역량 미흡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사업 진행이 표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못한 가운데, 여전히 선후 관계로 인식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공동체의 형성과 역량교육 등이 계획수립, 더 나아가 사업 개시보다도 우선하여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정책가 필수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5. 집중관찰 5: 주민조직의 적절성 관련

공동체 회복은 도시재생 뉴딜의 사회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조직 형성과 역량강화가 필수적이나, 소멸해가는 지역 특성상 공동체 형성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례지의 경우 인구감소와 중산층 이탈, 노령화가 심한 상태로, 공동체 형성과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빈집과 익명의 거주자가 증가하면서 주민 내부의 결속이 어려워진 것도 문제였다. 또한 대상지 내 5통과 6-8통은 사회경제적 차이로 연계협력이 어려운 여건이었다.

쇠락한 주거지는 주민구성과 공동체성도 취약하기 마련이나, 정책에는 이런 현실이 고려되어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의 공백 상태인 지역에서 사업 진행을 위해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주민을 조직하는 식의 접근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민구성과 현황, 역량을 사업 선정의 요건이 될 수 있게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구성이 취약한 경우 외부단체와의 연계협력 등의 사전 준비작업을 통해 이를 미리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6. 집중관찰 6: 사업효과의 공공성 관련

도시재생은 구역별 사업으로 진행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생의 촉매가 되어 도시 전체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사례지역의 경우 계획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도시 전체적 공공성에 있서는 오히려 후퇴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시설 배치가 개방적 위치에서 마을 내부로 이동한 점, 공공성 높은 시설들이 취소된 점 등이 그러했다. 이는 소규모 재생사업에서도 마을 주류 주민들의 이익이 중심이 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핌피, 님비와 같은 현상이 재생사업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부분 사업이 전체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속에서 연계되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각 구역의 재생이 개별적·고립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 전체적 공공성이라는 취지는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지역의 상위계획이라 할 수 있는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기능을 보강하여 이를 통해 개별 사업의 공공성, 개방성을 유지,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Ⅵ. 결 론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물리적 재생을 넘어 주민참여와 공동체 회복의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가운데, 관련된 사업 현장의 현실을 관찰하여 그 문제점과 개선책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성격이 가장 강하게 반영되는 우리동네살리기 사업 현장을 선정하고, 참여관찰과 심층인터뷰 등 질적연구 방법에 기반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참여 주체들의 인식과 태도, 갈등 양상과 요인, 진행의 장애 요소 등 공식 문서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현실들을 파악하고, 이를 6개의 집중관찰 문제를 통해 정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업 전반에 걸쳐 시설계획, 특히 부지확보가 가장 첨예한 문제로 작용하는 가운데, 투기적 매매가 사업 진행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정보가 누출되고 외부 자본이 주요 부지를 선점한다는 의혹이 갈등으로 이어져, 결국 사업계획의 권위가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업공모와 선정, 계획수립 과정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정보 유출, 토지 선점 등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이 사업 실행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측에 종속된 기구로 주민들에게 인식됨으로 인해 거버넌스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센터의 인적 구성과 역할, 활동 범위 등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특히 행정측과의 관계와 협력방식에 대한 보다 상세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내용적 측면의 구상은 취약한 경향이 나타났다. 가시적 성과로 표현되는 하드웨어 사업에 비해 범위나 효과가 모호한 소프트웨어 사업에는 시간과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지 못하기 쉽다. 소프트웨어 구상 및 관련 실행력을 보다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방식, 사업유형의 개발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넷째, 재생지구의 취약한 주민구성으로 인해 주민참여에 의한 마을경제 구현이라는 목표가 명목에 그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구성이 붕괴된 소멸단계 주거지에서 자발적인 조직으로 마을을 운영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경우가 많다. 외부 지원을 통해 마을조합을 구성한다 해도 형식적인 절차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사업 실행 이전에 주민들의 구성과 그들의 역량을 먼저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게 하는 방안들이 재생정책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재생사업이 주민만을 위한 정비사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도시 전체적 재생효과나 공공성과는 상충할 우려가 있다. 갈등 상황 타개를 위한 계획변경이 이루어지면서 당초 사업 취지가 희석되고 주류 주민들이 선호하는 계획으로 바뀌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이 도시 전체의 재생을 위한 밑그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민참여에 의한 마을 활성화라는 목표는 단순한 마을 정비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현장 관찰 결과는 정책 취지가 현실의 여건들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지 못하며, 행정과 주민,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장의 현실적 여건과 한계들을 직면하고 고려하는 관점이 정책가들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정책 절차 전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재생지구의 선정과 평가방식에 개편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생지구의 선정 기준은 주로 쇠락한 정도에 집중되어 있어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 위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지역들은 주민구성이 취약하여 자율적이고 공정한 주민 주체의 형성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외부인의 개입, 일부 주민의 사업 주도가 나타나기 쉽고, 형식적인 거버넌스를 거쳐 사실상 행정측이 사업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멸 위험도만이 아닌 재생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정방식이 필요하다. 또 사업유형을 중앙정부가 미리 규정하기보다는 현장의 현실에 따라 사업의 유형 자체를 지자체나 주민이 제안할 수 있게 하는 보다 유연한 방식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한편,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거버넌스, 주민공동체 등 주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책에서 규정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통한 거버넌스 지원 체계는 현실에 있어서는 행정측의 과도한 사업 주도나 주민의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센터를 한시적인 조직이 아닌 지속되는 민관 통합기구로 전환하는 등, 독립성과 중재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대안 모색이 있어야만 이러한 체계가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주민 공동체의 경우, 지역 거주민 집단이라는 고착적 개념을 넘어, 마을의 장기적 변화와 세대교체까지 고려하는 개방적 개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마을협동조합 구성을 외부인에 개방하고 외부 단체와의 협력도 장려하는 등, 다양한 구성방식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창업 등 젊은 세대의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재생사업이 한시적인 사업이 아닌 중장기적인 주민구성의 변화로 연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고립된 채 소멸해가는 지역이 재생사업을 통해 도시의 건강한 한 부분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개념, 방식들이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재생사업은 어느 정책보다도 현장, 현실 지향적인 과정이어야 한다. 공식적인 성과관리와 평가보고서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과 이를 통한 정책실행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재생정책도 지속적으로 재생되면서 현실을 반영할 수 있어야 이 시대의 위기인 지역소멸 문제의 해결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Notes
주1.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한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 사업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신설.
주2. Spradley의 연구절차에 등장하는 용어의 한글 표현은 신재영(2006)의 역서를 참고하였음.
주3. Spradley의 12단계를 대상의 특성을 감안하여 축약 적용한 연구사례: 이선영 외 2016, p. 10.
주4. 완전한 참여자(complete participant), 관찰하는 참여자(participant as observer), 참여하는 관찰자(observer as participant), 완전한 관찰자(complete observer) (Gold, 1958).
주5.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지원, 일반근린, 중심시가지, 경제기반
주6. 도시재생 혁신지구 지정, 도시재생 인정사업, 총괄사업관리자 제도가 2019년 도시재생법 개정으로 시행됨.
주7. 조사관찰 결과는 1년 뒤 문화기술지 개념의 문서로 작성되었다.
주8. 관찰대상의 핵심적 특징은 공간, 사물, 활동 등 조사 대상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문장의 형태로 작성될 수 있다(신재영, 2006, pp. 135-141).
주9. 관련 신문 기사: “주민 갈등 속 삐걱거리는 ‘도시재생사업”. https://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75680
주10. 2019년 2월 작성된 ‘안포가도 마을구상’에서는 그린웨이를 안포가도로 칭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11. 관련 신문 기사: “신흥동 도시재생 사업연장 불가피”. https://www.yne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4777
주12. 시의원 재생사업 관련 질의 영상: https://youtu.be/E_RfKQ_3x9w
주13. 관련 기사: “포항1호 신흥동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탄생”. https://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69582
주14. 지역 시의원 질의 중 문제 제기: https://youtu.be/E_RfKQ_3x9w: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한국도시설계학회 2021년 추계학술대회 발표논문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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