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지역발전 정책의 비교·분석
Abstract
By examining how North and South Korea have adopted divergent regional development strategies under their respective political-economic systems, this study seeks to deepen the understanding of spatial heterogeneity on the Korean Peninsula. North Korea’s self-reliant regional policy was implemented through a county-centered industrial allocation strategy rooted in socialist principles of self-sufficiency and regional specialization, thus reflecting a zero-sum spatial logic. However, combined with worsening external conditions, structural constraints, such as fiscal limitations and the absence of local autonomy, intensified industrial distortions and economic decline. To attract foreign capital, the government introduced Special Economic Zones, but their effectiveness remained limited due to inadequate infrastructure, weak governmental commitment to development, limited willingness to open the economy, and institutional deficiencies. As a result of the economic crisis, the government adopted a limited and temporary market-permissive policy, which triggered the expansion of commercial facilities and the formation of wholesale markets. Furthermore, these changes reshaped spatial structures and contributed to a dual spatial structure in which state-led industrial dispersion conflicted with market-driven agglomeration. Amid ongoing economic difficulties under the current sanctions regime, North Korea is pursuing the 20×10 Policy, which aligns with its earlier industrial allocation strategy and therefore continues to carry the structural limitations inherent in such an approach. By contrast, from the 1960s through the 1990s, South Korea pursued growth-pole strategies centered on major cities, ultimately emphasizing economic efficiency and agglomeration economies. Since the 2000s, policy has shifted toward balanced development through innovation systems and functional economic zones that transcend administrative boundaries. South Korea’s market-oriented approach emphasizes specialization, agglomeration, and inter-regional connectivity, which stands in clear contrast to North Korea’s administrative-boundary-based development. The differences in regional development strategie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ultimately stem not only from contrasting resource allocation mechanisms but also fundamentally different understandings of regional specialization and the spatial reach of policy instruments.
Keywords:
Regional Development Policy, Inter-Korean Comparison, Self-Reliance System, Growth Pole키워드:
지역발전전략, 남북비교, 자립체제, 성장거점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사회주의자들은 산업화 이후 특정 지역에 집중된 발전과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으로 간주하였으며, 격차가 해소된 공간을 정치·사회·문화적 평등 실현을 위한 물적 기반으로 인식하였다(French and Hamilton, 1979; Koropeckyj, 1972). 사회주의 이론은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에 기반하여, 자본주의의 심화된 발전과정에서 계급 간의 모순이 필연적으로 격화되고 계급투쟁을 야기하며, 궁극적으로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이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가 아니라, 산업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농업 중심 국가들이었다. 이에 Lenin(1916)은 ‘약한 고리’ 이론을 통해 주변부 국가들에서도 사회주의 혁명이 가능함을 제시하였다. 당시 사회주의 개발도상국들은 독자적인 발전모형을 수립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소비에트 발전모형을 수용하였으며, 정치·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를 수정·보완하여 적용하였다.
소비에트 발전모형은 정치·경제·사회 전반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에트 발전모형의 영향을 받아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하에서 지역정책을 추진하였으며, 남한은 시장경제 하에서 정부의 선택적 개입을 바탕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지향하는 지역정책을 추진하였다. 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은 각 체제의 발전 기조에 따라 지역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한반도의 공간구조는 상이하게 형성되었다. 6·15 공동선언(2000)과 10·4 공동선언(2007)을 통해 남북한 간 균형발전이 공동 의제로 합의되었으나, 관련 논의는 주로 거시경제적 측면에 국한되어 왔다. 하지만 거시경제적 접근만으로는 공간 격차 해소에 한계가 있으며, 정책효과는 적용되는 공간적 맥락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남북한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국토·인프라 분야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공간적 특성에 대한 선행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수행된 북한의 지역정책과 관련한 연구로는 지방분권(자립)체제의 형성 배경과 특성 분석(김병로, 1999), 김정은 정권의 발전전략 고찰(정일영, 2015; 최은주, 2023), 도시개발전략 분석(김원, 1998; 박세훈 외, 2016; 이상준, 2001; 이상준 외, 2006), 지방공업정책 연구(최신림, 1998; 최지영 외, 2023), 행정구역 개편 연구(오재일·박정민, 2002; 김남룡, 2008; 남성욱·황주희, 2018), 경제특구 정책분석(이종규, 2015; 최천운 외, 2018) 등이 수행되었다. 지역개발 관련 법제 및 제도 측면에서는 통일 이후 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남북한을 비교·분석한 연구(김현수, 2004; 이상준 외, 2014; 박정원, 2021; 김흥순, 2018; 최은석, 2021)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특정 시기 또는 개별 정책에 집중되어 있어, 한반도 공간구조 전반에 대한 통합적 접근은 부족한 실정이다. 법제적 측면에서의 남북한 비교는 다수 존재하나, 발전 기조를 포괄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사회주의 이론을 토대로 북한 지역발전 전략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체제별로 전개된 지역발전 이론을 고찰하고, 북한의 주요 전략인 군지역 중심 공업 분산 배치, 특구 정책, 시장 허용 정책을 중심으로 이론적 연계성과 형성 배경을 파악하여 이들 정책이 공간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북한 지역발전 전략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남한의 정권별 지역정책 기조를 비교 준거로 활용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Ⅱ장에서는 남북한의 공간구조와 지역계획을 비교하고, 제Ⅲ장에서는 체제별 지역발전 이론을 고찰한다. 제Ⅳ장에서는 남북한 지역발전 전략의 특성을 분석하며, 제Ⅴ장에서는 주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Ⅱ. 북한의 지역구조와 계획 제도
1. 지역 현황 및 공간구조
북한의 행정구역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시·도-시·군·구-읍·면-동·리 4계층이었으나, 1952년 12월 2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12월 27일 내각결정을 통해 면을 폐지하고 읍 단위를 리단위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직할(특별)시·도-시·군·구역-읍·동·리·노동자구 3계층으로 재편되었다(Table 1). 남한의 지방자치단체는 시·군·구1)이며,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행정구역 위계는 지방주권기관이 조직되어 있는 시·군·구역이다. 북한의 ‘행정구역’ 정의에 따르면 도(직할시), 시(구역), 군에는 상설적인 주권 및 행정기관인 인민위원회가 설치되며, 말단 행정구역인 리, 노동자구, 동의 경우 주권기관이 조직되지 않고 상급 주권기관이 관할한다.2) 도의 하위 행정구역은 일반시와 군이며, 직할(특별)시와 대도시(함흥시, 청진시)는 군과 구역으로 구성된다.3) 일반시와 구역은 동과 리를, 군의 경우 읍, 리, 노동자구를 포함한다. 군지역에서는 인민위원회가 소재한 지역을 읍으로 지정하고, 읍의 명칭은 해당 군명을 따른다. 노동자구는 400명 이상이 거주하는 리 지역 중에서 광공업·임산·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중이 인구의 65% 이상인 지역을 의미하며, 도시지역으로 분류된다.
남한은 도농복합시를 제외한 행정구역을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으로 구분하며, 이 중 농촌지역은 읍과 면으로 구성된 군 지역에 해당한다(김대욱·금창호, 2019). 북한은 산업화 및 도시화 정도에 따라 행정구역을 ‘동’과 ‘리’로 구분하며, 산업화가 진행된 지역은 ‘동’, 농촌지역은 ‘리’로 분류한다(임도빈 외, 2015). 북한의 농촌 단위인 리는 시·군·구역에 모두 속하며, 군 지역에는 도시지역으로 분류되는 노동자구가 설치될 수 있다. 시(구역)와 군 지역은 도시와 농촌 기능의 비중 차이는 있으나 도농복합적 특성을 갖는다.
행정구역 개편 사례를 살펴보면, 남한에서는 기능적·역사적 동질성을 고려하여 지역발전 촉진, 주민 편의 증진, 지방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금창호·권오철, 2021). 북한 또한 큰 틀에서는 남한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정치·군사·안보적 요인이 행정구역 개편에 주요하게 작용한다(김남룡, 2008; 박헌주, 1995; 남성욱·황주희, 2018). 예컨대, 해방 이후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를 신설한 사례에서 북한은 “이 지역들에 대한 국가관리 활동의 민활성을 보장하고, 정치·경제·교통·문화 활동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실제로는 남북통일 과정의 지역 비례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되기도 한다(박헌주, 1995; 남성욱·황주희, 2018). 또한, 1956년 박천군(평안북도)의 일부 지역이 청천강 건너편의 안주시에 편입된 사례는 핵 관련 시설이 위치한 지역을 행정적으로 분리함으로써 박천군뿐 아니라 안주시 주민의 접근까지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북한은 여행허가증 제도를 통해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 변경을 통해 박천군 주민의 접근을 제한함은 물론, 청천강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활용하여 안주시 주민의 접근 또한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김남룡, 2008).
2020년 기준 북한의 행정구역 현황을 살펴보면, 1개 직할시, 9개 도, 3개 특별시(개성, 남포, 나선)가 있다. 북한의 시·군·구역 수는 총 210개로, 이 중 일반시는 23개, 군지역은 146개, 구역은 41개이다. 북한의 행정구역 수는 남한과 비슷한 수준이나, 북한의 시 및 구역의 수는 각각 남한의 29% 및 59% 수준이며, 군지역의 경우 남한보다 1.78배 많다.
북한의 도시화율은 1953년 17.7%에서 1956년 29.0%로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1970~1975년에는 증가율이 4.6%로 둔화되었고 이후로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Figure 1). 초기에는 선진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를 기반으로 중공업 중심의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으나, 경제성장의 한계와 사회주의적 도시정책의 영향으로 도시 확장이 억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Urban and rural population and urbanization rate in North and South Korea* Urbanization rate: The proportion of the total population residing in urban areasSources: Population data for 1953–1987 from Eberstadt and Banister (1992); 1993 from UNFPA (1993); 1996 from UN (2000); 2000 from UN (2002); 2008 from UNFPA (2009); 2013 and 2017 from UN (2019)
북한의 도시 중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평양시가 유일하며, 1967년 156만 명에서 1972년 185만 명, 1987년 236만 명으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였다. 1987년 기준 제2위 도시는 함흥시(70만 명)이며, 제3위는 청진시(52만 명)이다. 1980년대 이후 단천시(1982년), 순천시(1983년), 덕천시·안주시(1987년), 개천시(1990년), 문천시·회령시(1991년) 등이 순차적으로 시로 승격되었다. 이 중 순천시, 덕천시, 안주시, 개천시는 인구분산정책의 일환으로 개발된 위성도시의 성격을 지닌다(김두섭 외, 2011). <Figure 2>는 북한의 주요 26개 도시의 시기별 인구 규모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율이 정체된 시기에도 평양의 인구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남포, 함흥, 청진 등 대도시에서도 인구 성장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 북한의 국토계획
사회주의 수립 당시 북한 헌법은 1948년에 제정된 「인민민주주의헌법」이며, 생산수단에 대한 개인 소유를 인정4)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수도를 서울로 명시5)하고 있었다.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제5기 1차 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제정하면서 생산수단의 국유화(제20조) 및 조선로동당 중심의 통치체계(제11조)를 법적으로 확립하였다. 1977년 4월 29일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채택된 「토지법」에서 “토지는 국가 및 협동단체의 소유이며, 누구도 이를 매매하거나 개인의 소유로 만들 수 없다”(제9조)라고 규정함으로써, 토지의 사적 소유를 제한하는 사회주의적 토지 소유 원칙이 마련되었다. 「토지법」 제3장(제14조-제18조)에서는 국토건설총계획의 수립에 관한 기본 원칙(제15조)과 계획 내용(제17조)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1993년 채택된 「건설법」을 통해 건설총계획의 수립부터 설계, 시공, 준공에 이르는 절차와 기준을 제도화하였다. 김정일 정권 시기 「국토계획법」(2002)과 「도시계획법」(2003)을 채택함으로써 국토건설총계획을 전국국토건설총계획, 중요지구건설총계획 등으로 세분화 및 위계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간구조, 지역 간 기능 분담, 산업 및 교통 인프라 배치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국토 이용계획으로 체계화하였다(Figure 3). 「건설법」은 건설사업의 계획, 설계, 시공, 준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행정적·기술적 기준을 규정한 법령으로, 공사의 실행과 관리에 중점을 둔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국토계획법」은 계획법적 성격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북한의 공간계획 체계는 「국토계획법」 제2조에 따라 전국국토건설총계획, 중요지구국토건설총계획, 도·직할시 국토건설총계획, 시·구역 국토건설총계획, 군 국토건설총계획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도시계획법」 제2조에서는 도시 및 마을 총계획, 세부계획, 구획계획을 하위계획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남한의 국토개발 체계는 국토종합계획, 초광역권계획, 도종합계획, 시·군종합계획, 지역계획 및 부문별 계획으로 구분된다(「국토기본법」 제6조). 국토종합계획은 초광역권계획 및 도종합계획의 기본이 되며, 도종합계획은 해당 도의 관할구역에서 수립되는 시·군종합계획의 상위계획으로 기능한다. 도시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수립되며, 광역도시계획과 도시·군계획으로 구성된다. 이 중 도시·군계획은 도시·군기본계획 및 도시·군관리계획으로 세분화되며, 보다 세부적인 지역계획으로는 지구단위계획이 있다(제2조).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군계획은 국가계획에 부합하여야 하며,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된 지역에서는 도시·군계획이 광역도시계획과 일관되도록 수립되어야 한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조).
북한 국토개발의 목적은 “인민경제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토지법」 제14조)이며, 남한의 경우 “국토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의 복리 향상에 이바지”(「국토기본법」 제1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남북한 모두 복리증진을 국토개발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Table 2).
북한의 국토계획 원칙(「토지법」 제11조)은 경작지(부침땅) 침범 금지(1항), 도시 규모 제한(2항), 기후·풍토 반영(3항), 경제적 실리성(4항), 국방 고려(5항), 환경 보전(6항)으로 제시되어 있다. 경작지 침범 금지 규정은 농업 생산 기반을 보호하고, 홍수나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농경지 유실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내포한다. 제2항은 도시 억제를 통해 도농 간 균형발전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사회주의 정책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제3항에서는 “해당 지역의 기후풍토적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획일적인 개발 방식보다는 지역 여건에 기초한 공간계획의 수립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5항의 “국방상 요구를 고려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은 공업시설의 분산 배치를 통해 유사시 전시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공간전략적 조치라 할 수 있다.6) 남한의 경우 「국토기본법」에서는 국토발전의 기본 방향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제3조), 경쟁력 있는 국토여건 조성(제4조), 환경친화적 국토관리(제5조)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계획 내용(「토지법」 제17조)은 주로 국토자원의 보호와 개발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보호 관련 규정으로는 혁명전적지 및 사적지 보호 대책(제1항), 산림 및 동식물 보호(제3항), 문화유산 보호(제7항), 수산자원 보호(제8항), 공해 방지 대책(제9항) 등이 포함되며, 국토개발 관련 규정은 토지 개량(제2항), 기간산업 및 기업소의 배치 전략(제5항, 제6항) 등이 있다. 반면, 남한의 「국토기본법」 제10조에서 국토종합계획 작성 시 국토 현황 분석과 미래상 제시(제1항, 제2항), 공간구조 정비와 지역 간 기능 분담(제3항), 국토의 균형발전 및 지역 산업 육성(제4항), 기간시설 확충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제5항), 국토자원 및 지하공간의 이용·관리(제6항, 제9항), 자연재해 대응(제8항), 지속가능한 국토 발전전략(제10항) 등에 대한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의 국토계획은 국토자원의 보호와 체제 유지에 중점을 두는 반면, 남한의 국토계획은 균형발전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의 수립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토계획법」 제12조와 「토지법」 제16조에 따르면 북한 국토건설총계획의 전망 기간은 각각 50년 및 30~50년이며, 필요한 경우 단축할 수 있다. 남한 국토종합계획의 전망 기간은 20년이며, 5년마다 재검토 및 정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국토기본법」 제19조).
북한의 국토계획 수립 절차는 국토환경보호기관이 작성한 전국국토건설총계획 및 중요지구국토건설총계획을 내각에 비준을 요청하며, 도(직할시), 시(구역), 군국토건설총계획의 경우 도(직할시) 인민위원회에 비준을 제기한다(제18조). 이후 내각은 이를 최고인민회의 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비준을 제기하며(제19조), 최종적으로 전국 및 중요지구 국토건설총계획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승인되고, 그 외의 계획은 도(직할시) 인민회의에서 승인된다(제20조, 제21조). 비준된 국토계획은 국토환경보호기관이 승인한 후 1개월 이내에 국가계획기관, 국가건설감독기관, 지방정권기관 등 관련 기관에 하달되어야 한다(제22조). 계획을 하달받은 기관(지방정권기관, 기업소 및 단체)은 국토계획의 실행을 위해 당면과제 및 전망과제를 분석하고, 연차별·대상별 순차를 정하여야 한다(제24조). 개발과제를 하달받은 기관, 기업소 및 단체는 기술과제와 건설총계획을 작성한 후 국토환경보호기관에 개발신청문건을 제출해야 한다(제25조, 제26조). 국토환경보호기관이 이를 승인하면 건설위치지정서 또는 국토개발승인서를 발급한다(제27조). 건설기관은 발급된 승인서를 근거로 건설명시, 건설허가, 토지이용허가, 자금지출허가 등을 받아야 하며(제29조), 건설참여기관은 승인서에 명시된 대로 국토를 개발하거나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 내 착수하지 못할 경우 재승인을 받아야 하며(제30조), 건설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인력·자재·자금 낭비를 예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1조). 개발계획이 완료되면 건설기관은 국토환경보호기관에 보고하여야 하며, 내각과 국토환경보호기관은 국토계획 실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제32조). 중앙국토환경보호지도기관은 국토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되도록 지도해야 하며(제34조), 국토계획 수행을 위한 자료 수집·제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제35조). 또한, 국토계획기관, 노동행정기관 및 해당 기관은 국토계획 수행을 위한 인력, 설비, 자금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제37조). 국토계획사업의 감독과 통제는 국토환경보호기관과 해당 감독통제기관이 담당하며(제38조), 국토계획이 불이행될 경우 사업 중지(제39조), 손해배상(제40조), 행정적·형사적 책임(제41조) 등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남한 국토종합계획의 수립 및 실행 절차는 「국토기본법」 제2장~제5장에 명시되어 있다. 국토종합계획은 국토교통부장관에 의해 수립되며, 초광역권계획과 도(시·군)종합계획은 각각 시·도지사와 도지사가 수립한다. 수도권발전계획, 지역개발계획 및 부문별 계획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수립 주체로 지정되어 있다. 국토종합계획 및 도종합계획의 경우 공청회를 통해 일반인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청취한 후,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제11조). 또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계획을 취합한 후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국토계획이 국토관리의 기본 이념에 따라 수립되었는지 평가하여야 한다(제19조). 초광역권계획, 도종합계획, 시·군종합계획, 지역계획 및 부문별계획 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 국토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정할 수 있다(제20조). 국토계획의 실행을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의 주요 시책에 관한 보고서’(연차보고서)를 작성하여 매년 국회에 제출하여야 하며(제21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 변화상과 국토계획 및 정책에 대한 추진상황을 점검하여 국토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제25조). 국토계획 및 정책에 관한 중요 사항은 국무총리 소속의 국토정책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제26조-제28조). 남북한 간 국토계획 실행 절차의 주요 차이점은 대중 참여 방식에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의 집단주의 원칙에 따라 국토개발사업에서 ‘대중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으며(「국토계획법」 제7조), 이를 통해 노동력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남한은 공청회와 의견 수렴 제도 등을 통해 계획 수립 단계에서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이하다(「국토기본법」 제11조).
북한의 「도시계획법」은 총 5장 47조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남한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남한 「국토계획법」7))은 12장 144조로 구성되어 있어 남북한 간 조문 수, 구성 방식, 규정의 포괄성 등에서 법제적 구조의 차이가 있다(Table 3).
북한 「도시계획법」의 제1조는 도시계획의 목표를 “도시와 마을을 전망성 있게 건설하고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주는 데 이바지”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남한의 경우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국토계획법」 제1조). 남한의 「국토계획법」은 제2조에서 용어를 정의함으로써 법적 해석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도시계획법」은 관련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으며, 이는 북한의 계획체계가 법률적 규범보다는 국가 방침과 계획기관의 결정에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지의 구분 및 용도를 살펴보면, 북한은 토지를 농업토지, 주민지구토지, 산림토지, 산업토지, 수역토지, 특수토지로 구분하고 있으며(「토지법」 제6장), 도시 영역 내에서는 거주지역, 산업지역, 외부교통지역(외부운수시설지역), 창고지역, 공공시설지역, 녹지지역으로 세분하고 있다(리순건·백완기, 1963; 김신원, 1997에서 재인용). 반면, 남한은 토지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남한 「국토계획법」 제6조), 이 중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관리지역의 경우 보전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하고 있다(남한 「국토계획법」 제36조).
북한 도시및마을총계획의 전망기간은 20년, 필요시 20년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도시계획법」 제14조). 남한의 도시·군 기본계획의 계획기간 또한 20년이다(「도시·군기본계획수립지침」 2-2-1). 북한의 도시및마을총계획에는 전망인구수, 도시계획/건설/보호 영역의 설정, 각 건축의 특성(주택, 공공기관 등)에 따른 입지 설정, 교통시설/록지/재해방지시설 배치가 고려되어야 하며(「도시계획법」 제18조), 세부계획에는 계획구역 설정, 기능별 대지 경계, 건물능력과 층수, 도로, 시설물, 녹지 배치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도시계획법」 제19조). 구획계획의 경우 세부계획의 내용을 기반으로 대상별 대지 경계, 건물능력과 층수, 도로와 시설물 등을 구체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도시계획법」 제20조). 남한의 도시·군 기본계획은 지역 특성과 계획의 방향성, 생활권 설정 및 개발을 포함한 공간구조 설정, 토지 이용 및 개발, 토지 용도별 수요 및 공급에 관한 사항, 환경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사항, 기반시설·공원 및 녹지·경관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 및 재해 관련 사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남한 「국토계획법」 제19조). 이처럼 북한의 도시계획이 주로 인구 전망과 토지·시설 배치와 같은 물리적·기능적 요소에 중점을 두는 반면, 남한의 도시·군 기본계획은 환경, 경관, 기후변화 등 사회·환경적 요인을 포함한 포괄적·통합적 계획체계를 지닌다.
북한의 「도시계획법」은 도시계획 비준(제3장) 및 실행(제4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도(직할시) 인민위원회는 도시계획작성기관이 작성한 도시계획초안을 내각과 국가건설감독기관에서 비준하도록 국가건설감독기관에 제기한다. 비준기관은 제기된 계획 내용을 검토한 후 해당 기관의 상무회의 또는 간부회의에서 도시계획의 비준이 이루어진다(제22조-제23조). 시급도시총계획과 중요대상의 도시총계획은 내각에서, 읍총계획, 시급도시, 읍의 세부계획, 구획계획은 국가건설감독기관에서, 로동자구, 마을총계획과 세부계획, 구획계획은 도(직할시)인민위원회에서 심의 및 승인한다(제24조-제26조). 비준된 도시계획은 심의 및 승인한 기관에서 도시계획작성기관에 하달하며, 도시계획작성기관은 비준된 도시계획을 중앙도시경영기관, 지방정권기관, 해당 기관에 전달한다(제27조).
반면, 남한 「국토계획법」 제2장에서는 광역도시계획(제10조-제17조), 제3장에서는 도시·군기본계획(제18조-제23조), 제4장에서는 도시·군관리계획(제24조-제54조)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계획 대상 지역 설정, 수립권자, 의견 청취 절차, 승인 및 실행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도시·군관리계획에서는 공간재구조화계획(제35조의2-제35조의7), 용도지역·지구·구역(제36조-제42조), 도시·군계획시설(제43조-제48조), 지구단위계획(제49조-제54조) 등의 실행에 관한 내용을 계획 요소별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계획 실행 절차에 관한 사항은 「도시계획법」 제4장에서 명시하고 있다. 비준된 도시계획을 기준으로 건설계획을 작성·승인·하달하여야 하며(제31조), 도시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관, 기업소, 단체에서 건설명시서를 발급받아야 한다(제32조). 도시계획 실행기관(기관, 기업소, 단체)은 건설명시서에 기초하여 기술과제, 건설총계획, 설계를 작성해야 하며(제34조), 토지 이용 허가와 건설 허가를 받은 후에 착공해야 한다(제36조-제38조). 남한의 경우 「국토계획법」 제5장에서 개발행위 허가 절차·기준·심의·이행보증 및 관련 인허가 등의 의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 개발사업 특성과 관련된 법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제56조-제65조). 또한, 개발밀도관리구역 및 기반시설부담구역의 지정에 관한 규정뿐만 아니라,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부과 대상, 산정 기준, 납부 및 체납처분, 비용의 관리 및 사용에 관한 규정도 명시하고 있다(제66조-제70조).
북한의 도시계획사업에 대한 감독 절차는 「도시계획법」 제5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도시계획사업에 대한 지도는 국가건설감독기관 및 지방정권기관에서 담당하며(제41조), 감독과 통제는 국가건설감독기관과 해당 감독통제기관에서 수행한다(제43조). 위반사항에 따른 중지, 손해보상, 몰수·철거, 행정적·형사적 책임에 대해서는 제44조-제47조에서 명시하고 있다. 남한의 경우 「국토계획법」에서 비용 부담(제101조-제105조),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제106조-제116조), 시범도시 지정, 전문가 자문, 위반 시 조치, 청문, 감독 등 기타 사항(제127조-제139조), 벌칙(제140조-제144조)과 관련하여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북한 「도시계획법」에서는 국가기관 중심의 직접적 지도·감독과 위반 시 제재에 중점을 두는 반면, 남한 「국토계획법」에서는 위원회 심의, 전문가 자문, 청문 등 절차적 통제와 함께 비용 부담 및 벌칙 규정을 통한 다층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Ⅲ. 지역발전 이론
1. 사회주의 이론
Marx(1867)는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이윤 및 분업 추구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계급 간 경제적 격차를 확대시키며, 부의 분배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을 소외시킨다. 둘째, 시장경제체제는 생산과잉과 대중의 구매력 부족이라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 주기적인 공황과 실업 문제를 야기한다. 셋째, 공업화로 인한 노동자의 도시 집중은 가족구조를 해체하고 여성과 아동의 노동을 착취한다(Cole, 1953). 넷째, 사적으로 소유된 생산수단의 공간적 집중과 집단소비시설에 대한 차별적 접근성은 지역격차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Harvey, 1982; Castells, 1977). 사회주의자들은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단순한 인구학적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로 인식하며, 대도시의 형성이 새로운 사회적 모순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였다(Lefebvre and Bononno, 2003).
사회주의 국가들은 지역 격차 해소를 목표로 네 가지 핵심 전략을 내세웠다. 첫째,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통해 자본의 공간적 집중을 통제하였다. 이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집중을 제한함으로써 지역 간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였다(Hamilton, 1971). 둘째, 도시-농촌 간 균형발전을 위해 인구이동을 통제하였다. 이는 과도한 도시 집중이 초래하는 공간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Lefebvre, 1970). 셋째, 집단소비(collective consumption)8)의 균등한 공간 배치를 통해 사회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노동력 재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요인을 제거하고자 하였다(Castells, 1977). 넷째, 스탈린은 마르크스의 생산력 발전론, 즉 생산력의 고도화가 생산관계의 변화를 유도하여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를 토대로 중공업 중심의 산업전략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자본집약적 투자와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저성장 지역의 성장을 극대화하여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하였다(Mihailović, 1975).
사회주의 지역발전 이론은 지역의 자립(자급자족)과 특화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토대로 발전하였으며, 지역경제의 자립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적 전략으로 추진되었다(Bone, 1967). 사회주의 지역계획 이론은 지역 수요의 충족과 국가 경제 발전을 목표로 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 내 자원과 노동력의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Bernard, 1966). 또한, 사회주의 이론가들은 지역의 특화가 다른 지역의 침체를 동반할 수 있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에 “종합적인 지역발전 전략” 하에서 지역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Mihailović, 1975).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국가 성장을 위한 지역 특화 전략이 자본주의에서 개별 지역 단위로 이루어지는 성장보다 지속가능하며,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산업의 국유화와 생산시설 배치 정책이 시장기능에 의존한 자원 배분 방식보다 효율적이라고 보았다(Gruchman, 1982; Shaw, 1985).
하지만 사회주의 지역발전 이론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들이 나타났다. 첫째, 지역발전 전략에서의 형평성은 사회적·정치적 기준으로 생산활동과 사회서비스의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효율성은 경제적 기준에 따라 중기적 목표하에서 설정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두 가치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간주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두 기준 간의 모호성으로 인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종종 논쟁이 제기되었다(Mihailović, 1975). 둘째, 사회주의 이론에서는 특정 지역의 발전이 다른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지역의 특화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삼았다(Gruchman, 1982).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계획위원회가 국가계획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으며, 국가의 단기적 현안 해결이 우선시되면서 장기적인 지역계획 수립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Hamilton, 1971). 셋째, 국유화 전략은 지역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되었으나, 입지 결정을 위한 정보 수집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Shaw, 1985). 마지막으로, 소련에서는 지방정부나 위원회에 대한 권한 위임이 국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Bone, 1967).
사회주의 도시는 기능·구조·특성 측면에서 자본주의 도시와 이질성을 지닌다. 사회주의 이론가들은 도시 기능을 소비자 도시(consumer city)와 생산자 도시(producer city)로 구분하였으며, 도시의 생산적 기능을 보다 중시하였다. 생산자 도시는 사회주의 산업화의 결과로 형성된 공간으로 국가의 생산과 복지에 기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소비자 도시는 서비스 부문이 특화되어 재화와 서비스가 도시 내에서 소비되고 외부 의존도가 높은 비기반 기능 중심의 구조를 지닌 공간으로 평가된다(Lo et al., 1977).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주의 국가의 대도시를 소비자 도시로 간주하였으며, 특히 식민지의 대도시는 지배국의 소비를 지원하기 위해 제3차 산업 노동력이 집중된 도시로 인식하였다. 사회주의 이론가들은 도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소비자 도시에서 생산자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Forbes and Thrift, 1987). 이에 따라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소비 중심의 도시구조를 탈피하고자 도시 기능을 산업과 생산활동 중심으로 재편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소비 활동을 최소화하였다(Lo et al., 1977). 이는 소비자 도시가 초래하는 자원 낭비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자급자족적 생산구조를 통해 경제적 자립과 체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적에서 비롯되었다(Forbes and Thrift, 1987).
또 다른 사회주의 도시의 특성은 도시와 농촌 기능을 분리한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도농복합적 기능을 지닌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구분을 없애기 위해 농촌의 산업화, 도시의 녹지화를 추구하였다. 농촌지역 내 신도시의 건설을 통해 도농격차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도시 식량의 자급자족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도시의 자급자족은 도시의 경계를 농촌지역으로 확대하거나 도시 외곽에 가정용 과수원이나 텃밭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1960년대 후반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에서 진행된 ‘농촌의 도시화, 도시의 농촌화’ 캠페인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Stretton, 1978).
사회주의 이론가들은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도시화율, 도시 종주성(urban primacy)의 감소, 그리고 집중반전화(polarization reversal)를 보인다고 강조하였다(Forbes and Thrift, 1987). Murray and Szelenyi(1984)의 사회주의 도시화 이론에 따르면,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화는 계급투쟁 이후 비도시화(deurbanization)에서 저도시화(underurbanization)로 이행하거나, 또는 도시의 제로 성장(zero urban growth)으로 전개되며, 이후 사회주의 집약적 도시화(socialist intensive urbanization) 단계로 진화한다(Figure 4). 해당 이론에서는 도시화 단계를 혁명단계, 관료주의 단계, 기술관료주의 단계로 구분하였다. 혁명단계에서는 전쟁 이후 확대된 도시를 억제하고, 계급투쟁 과정에서 프티부르주아(petit bourgeois) 계급이 제거되면서 비도시화 현상이 나타난다. 관료주의 단계로 진입하면 사회주의 노선은 소비에트 노선과 중국의 마오이스트(Maoist) 노선으로 분화된다. 소련에서는 스탈린의 중공업 중심의 산업화 정책으로 도시 노동자 규모가 증가하였으나,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노동자들의 농촌 통근을 유도하여 저도시화 현상이 발생했다.9) 중국에서는 농업 잉여를 동일 지역 내 산업 부문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채택하였기 때문에 농촌의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발달했으며, ‘도시의 제로 성장’ 전략10)을 통해 도시 성장을 억제하였다. 기술관료주의 단계에서는 ‘사회주의 집약적 도시화’가 이루어진다. 헝가리의 경우 도시산업 노동자는 감소했으나 농업협동농장에서의 고용과 농촌 서비스업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저도시화의 모순적 구조가 일정 부분 완화되고 도시화가 외곽지역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 자본주의 이론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지역정책은 경제학, 지역과학, 경제지리학, 제도경제학, 혁신이론 등을 기반으로, 지역 성장과 지역격차 완화를 목표로 수립되어 왔다. 지역경제의 성장은 크게 내부요인과 교역요인으로 구분된다. 내부요인에는 생산요소, 집적경제, 지역승수효과 등이 포함되며, 교역요인에는 지역 간 교역요인과 생산요소의 지역 간 이동이 해당된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00). 이 중 집적경제는 특정 지역에 경제활동과 인구가 집중될수록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되어, 추가적인 집중을 유인하는 자기강화적 메커니즘을 형성한다(Krugman, 1991). 집적의 원천으로는 지식 파급효과(knowledge spillovers), 노동시장 공유(shared labor market), 전후방 연계효과(backward and forward linkages) 등을 들 수 있다(Marshall, 1920).
집적경제 논의에서 발전해 온 대표적인 지역정책은 성장거점(growth pole) 전략이라 할 수 있다(Perroux, 1955; Boudeville, 1966). 성장거점은 지역경제의 핵심 기본산업을 의미하며, 성장거점 형성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로 선진기업, 숙련된 노동력, 양질의 인프라가 포함된다. 초기 제안된 Perroux(1955)의 성장거점 이론(growth pole theory)은 경제적 공간에서의 주도산업과 기업을 성장요인으로 보았으며, Boudeville(1966)이 지리적 공간의 틀로 확장하여, 성장거점을 산업·기업 중심의 개념에서 지역적·물리적 중심지 개념으로 발전시켰다(Richardson, 1978; Parr, 1999). 성장거점 전략의 핵심 작동 메커니즘 중 하나는 전방·후방 연계(forward and backward linkages)이다. 후방 연계는 배후지가 무역 경로를 통해 원자재·농산물·식품 등을 성장거점에 공급하고, 이주 경로를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반면 전방 연계는 성장거점이 무역·금융·이주 경로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후지로 확산시키고, 식품·의류·위생용품 등 완제품을 공급하며, 임금·투자·기술·제도 혁신을 배후지에 제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화·서비스·노동력의 순환적 교환은 성장거점의 급속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고용 창출, 소득 증대, 기술 확산과 같은 혜택이 주변부로 파급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유발한다(Boudeville, 1966). 성장거점 개념을 기반으로 중간 도시 프로그램(secondary city programmes), 클러스터 정책, 테크노파크 등이 추진되었다(Frick and Rodríguez-Pose, 2025).
이 밖에 집적경제 효과뿐만 아니라 슘페터 이론에 기반하여 혁신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는 논의가 확산되면서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가 국가 산업정책의 주요 구성 요소로 부각되었다(Lundvall, 1992). 이후 지식 이전과 학습 과정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지역혁신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이하 RIS) 개념이 등장하였다(Maskell and Malmberg, 1999). 지역 내 집적경제와 결합한 혁신요소 간의 원활한 상호작용은 지식과 기술 활용, 혁신활동 촉진을 통해 경제성장 효과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지역격차를 완화하는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특히 OECD는 혁신요소의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클러스터와 네트워크 기반의 RIS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지역개발의 주요 모델로 강조하고 있다(OECD, 2011).
3. 소결
사회주의 지역정책은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하였으며, 정책 수단으로 자본의 이동과 집중 제한, 집단소비의 균등한 공급, 인구이동 통제, 저소득 지역에 대한 투자 및 보조금 정책 등이 있다. 소비에트 지역발전 전략은 자급자족과 특화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토대로 전개되었다. 자급자족은 지역이 자체 수요를 충족하는 것을, 특화는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산업 발전을 의미한다. 이론가들은 자급자족과 특화라는 접근을 통해 지역경제의 자립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한 지역의 성장이 다른 지역의 침체를 수반한다는 제로섬(zero-sum) 관점에 기반하여 국가의 최대 성장을 전제로 한 지역발전 전략의 수립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형평성과 효율성 간 모순, 지역계획위원회의 권한 제한, 지역개발을 위한 과도한 정보 수집 비용 및 관련 전문가 부족 등의 한계가 나타났다. 반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역경제 성장요인은 내부요인과 교역요인으로 구분되며, 포지티브섬(positive-sum) 관점을 따랐다. 특히 집적경제를 통한 지역의 혁신 역량 제고는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집적경제 효과와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고 이를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지역정책이 수립·시행되어 왔다(Table 4).
Ⅳ. 북한 및 남한의 지역발전 전략
1. 북한의 지역발전 전략
(1) 김일성 정권의 산업입지 전략
정전 직후 당중앙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공장, 기업소들을 … 온 나라의 모든 지역에 골고루 배치할 데에 대한 방침”을 제시하였으며(김일성, 1982), 지역별로 1~2개의 대규모 기업소와 중소규모 기업소들을 배합하여 배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하였다(윤복녀·김강산, 1992).
북한의 공업배치 전략에서 특징적인 것은 군지역 중심 배치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1962년 8월 8일 김일성은 지방당 및 경제일군 창성련석회의에서 “군(郡)의 역할을 강화하며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농촌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훨씬 높이자”라고 주장하였다. 이어 1964년 김정일은 졸업논문인 “사회주의건설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에서 군을 “지방경제발전의 종합적 단위로 될 뿐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 연계를 실현하는 거점”으로 내세웠다. 이를 기반으로 군을 지방경제발전의 종합적 단위이자 도시와 농촌 간 경제적 연계를 실현하는 전략적 공간 단위로 설정하고, 군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앙공업과 지방공업11)을 분산 배치하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군 중심의 공업배치 전략은 사회주의 이론에 근거하여 저성장 지역의 공업화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 뿐 아니라, 군 지역 내 도시와 농촌의 구분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북한의 공업(생산력) 배치 원칙은 ①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배치, ② 원료원천지와 소비지 간의 접근성을 고려한 공장 및 기업소의 효율적 배치, ③ 지역 간 균형발전 추구, ④ 도시와 농촌 간 격차 해소, ⑤ 환경보호 준수 등 총 다섯 가지로 제시되어 있다(한성기, 2003).
국방력 강화를 위한 공업 배치 원칙은 “생산기지들을 나라의 모든 지방들에 합리적으로 배치하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여도 전시생산과 인민들의 물질적 수요를 원만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 기업소들을 도시나 벌방지대에 집중시키지 말고 …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들과 산간들에 분산배치하여야” 하며, 전시상황에는 생산부문 간 연계 산업이 인접한 지역에 입지하여야 생산요소의 확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로철남, 2016).
원료 원천지와 소비지 간의 접근성을 고려한 공장 및 기업소의 효율적 배치 원칙은 공장이나 기업소를 원료 산지나 소비지에 인접하거나 운송 조건이 유리한 지역에 배치하고, 각 지역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방공업을 지역 내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사회주의자들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생산요소의 확보와 판로를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방식이 “원료 산지와 소비지의 분리, 막대한 노력 낭비, 공업 부문의 불균형 발전, 나아가 전반적인 지역의 불균형적 발전”을 초래한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원료 산지와 소비지에 가까운 지역에 지방공업을 배치할 뿐만 아니라 지역 여건에 적합한 공업을 전국적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제3원칙인 균형적 발전과 제4원칙인 도농 간 격차 해소 원칙은 제2원칙과 연계하여, 군 지역 중심의 배치 전략을 통해 추진된다. 북한은 여기에 제1원칙인 국방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전시에도 생산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균형적 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제5원칙인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군 지역에 지방공업을 건설해야 대도시 및 특정 지역으로 공업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공해와 도시공해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북한은 공업의 배치 원칙에 따라 1958년 8월 시·군 지역별로 중소규모의 지방공업공장을 한 개 이상 건설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3개월 동안 1,000여 개의 지방공업 공장이 건설되었으며, 1960년대 초에는 군지역에 평균 10여 개의 공장이 설립되었다(김병로, 1999). 1990년대에는 군마다 평균 20여 개의 지방산업 공장을 두어 군 단위별로 모든 수요를 충족하는 자립적 지방경제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12) <Figure 5>는 1980년대 지방공업 중 주요 산업인 식료 및 섬유 부문의 입지계수(LQ, Location Quotient)13)를 분석한 결과이다. 식료 부문의 LQ는 0.69-1.2이며, 섬유 부문의 경우 0.82-1.52 수준으로 나타나 당시 북한의 식료 및 섬유 산업이 비교적 균등하게 공간적으로 분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최지영 외, 2023).
Regional distribution of major local industries in the 1980s* Local industries are based on the distribution of local factories reported by the North Korea Research Institute (1983), while population data is based on 1987 estimates (Eberstadt and Banister, 1990).Source: Choi et al. (2023).
1960년 이전 북한은 자원투입 확대를 통한 ‘외연적 성장’을 이루었으나,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성, 물질적 인센티브 부족, 연성 예산 제약, 관료주의적 문제(부패, 정보 왜곡 등)로 인해 외연적 경제성장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내포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14)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추진된 공업의 분산배치 전략은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었으나 지역 특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산업구조를 왜곡하여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심화시켰으며, 경제난 심화와 지역 격차 확대를 초래하였다(김병로, 1999).
(2) 김정은 정권의 산업입지 전략
북한은 김정은 집권 후 대북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위기를 겪게 되자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지방발전 20×10 정책’(이하 ‘20×10 정책’)을 내세웠다.15) ‘20×10 정책’은 도별로 매년 2개 군씩, 총 20개 군을 선정하여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며, 10년 내 전국 모든 시·군의 지방공업을 현대화하여 도농 격차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0 정책’의 개발 원칙은 “물론 현재 시, 군들의 능력을 보고 당장 운영능력이 있다고 보는 군들부터 건설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옳겠지만 ……이 나라 공민들의 삶을 걱정하고 그것을 풀기 위한 우리 당의 결정이나 공화국정부의 시책에서 누구를 우선시하고 누구를 차요시하는 문서장의 페지수나 그 순위가 정해져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노동신문, 2024.1.16.)”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각 지역의 개발역량과 능력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 정책의 근본 목표인 형평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24년 선정된 20개 지역은 평양시를 제외한 함경북도 2개 지역(경성군, 어랑군), 함경남도 2개 지역(금야군, 함주군), 자강도 2개 지역(우시군, 동신군), 평안북도 3개 지역(구성시, 운산군, 구장군), 평안남도 2개 지역(숙천군, 성천군), 황해북도 2개 지역(연탄군, 은파군), 황해남도 2개 지역(재령군, 은천군), 강원도 2개 지역(이천군, 고산군), 양강도 1개 지역(김형직군), 남포시 1개 지역(온천군), 개성시 1개 지역(장풍군)이며, 해당 사업은 2024년 12월~2025년 2월 간 준공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25년 선정된 20개 지역은 평안북도 2개 지역(대관군, 염주군), 평안남도 2개 지역(북창군, 신양군), 황해북도 2개 지역(황주군, 곡산군), 황해남도 2개 지역(장연군, 배천군), 강원도 2개 지역(세포군, 철원군), 함경남도 2개 지역(정평군, 신포시), 함경북도 2개 지역(길주군, 부령군), 양강도 1개 지역(김정숙군), 자강도 2개 지역(장강군, 낭림군), 평양시 1개 지역(강동군), 남포시 1개 지역(용강군), 개성시 1개 지역(개풍구역)이다. 주요 도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지역을 선정한 것은 특정 지역에만 개발을 집중하기보다는 각 도에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나타낸다. 다만, 균형적인 분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24년도 평안북도에서 3개 지역이 선정되어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 지정되었으며, 개성시와 남포시 등 도시지역이 일부 포함되었다. 2025년에는 개성시, 남포시뿐만 아니라 평양시 일부 지역도 선정되었다(Figure 6).
2024년 ‘20×10 정책’의 첫 번째 준공식은 성천군에서 개최되었다.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1980년대 추진된 지방공업 배치 전략의 실패 원인을 구체적 목표·계획·기준·방법의 부재, 국가적 지원 미비로 인한 지방 주도의 비체계적 추진으로 보았으며, 이로 인해 주민 생활 개선 실패, 지역 간 불균형 심화 및 인재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분석하였다. 김정은은 지난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집중적 지휘, 계획적 투자, 설비 및 자재의 국산화 추진, 지방의 자생력 강화, 지역 특색 자원의 적극적 활용, 기능공 양성, 공장 운영의 정상화, 건축 품질 제고 등을 핵심 과제로 강조하였다.16) 2025년 ‘20×10 정책’에서의 특이점은 건설대상을 기존 경공업시설에서 공업시설, 과학·교육, 생활·문화시설 및 양곡관리시설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17) 2024년 지방발전정책이 완료된 구성시의 경우 2025년에도 강동군 및 용강군과 함께 병원 건설 대상 지역으로 다시 포함되었다.18)
‘20×10 정책’은 1960년대에 추진된 공업 배치 정책의 기조를 계승하고 있으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 상황을 고려하여 연차별로 20개 군을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20×10 정책’은 국가 재정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1990년대 이후 북한 주민들의 시장화 경험이 축적된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 억제 기조와 병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경제활동 욕구와 국가 주도 계획경제 사이에서 내재적 긴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자원 부족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한계가 드러났으며,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이 붕괴됨에 따라 제3차 7개년 계획(1987~1993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후 기존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무역이 축소되면서 식량 및 소비재 부족이 심화되자,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특구 정책을 추진하였다.
북한은 1991년 최초로 라진시와 선봉군 일대 621km2를 ‘라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하였으며, 1993년 라진시 및 선봉군이 라진-선봉시로 승격되면서 그 지정범위가 746km2로 확대되었다. 1995년에는 해당 지역이 특별시로 승격되었다. 이후 김정일은 신의주(2002), 개성(2002), 금강산(2002), 황금평·위화도(2010)를 추가로 지정하였다. 관련 법령으로는 1993년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 「개성공업지구법」, 「금강산관광지구법」, 2011년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법」 등 특구별로 개별 법률이 제정되었다. 북한의 특구 정책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는 대내외적 위기를 겪으면서 추진되었으나 정치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전면적 개방보다는 북한의 시장 및 내륙과 분리된 모기장식 정책으로 추진되었다.20)
김정은 정권에서는 2013년 5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였으며, 11월 2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각 도(道)에 경제개발구를 내오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특구 수는 5개에서 27개로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리체계도 중앙급과 지방급으로 이원화하였다. 또한 개별법이 아닌 일반법인 「경제개발구법」이 제정되었으며, 특구기능도 공업, 농업, 관광, 수출가공구, 첨단기술개발구 등으로 다각화되었다(「경제개발구법」 제2조).
북한에서 발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요경제지대들’을 살펴보면, 경제특구는 중앙급 경제개발구와 지방급 경제개발구로 구분되어 있다. 중앙급 경제개발구 중 가장 큰 지대는 라선경제무역지대(470km2)이며, 지역 차원에서는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440km2) 및 금강산국제관광특구(225km2)를 지정하고 있어 강원도 원산에서 금강산에 이르는 광역적인 관광특구가 계획되어 있으며, 신의주 관련 경제개발구는 신의주국제경제지대(40km2),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52.49km2) 등이 있다. 중앙급 경제개발구는 대부분 관광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핵심 기능으로 계획되어 있다.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경우, 가장 많이 지정된 행정구역은 함경북도(4개)이며, 평안남도,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함경남도는 2개씩, 강원도, 남포시, 평양시는 각 1개가 지정되었다. 함경북도(4개)와 황해남도(0개)를 제외하면 각 시·도별로 1~2개가 지정되어 일정 부분 지역 간 형평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Figure 7).
김정은 정권의 북한 경제개발구 정책은 내륙 지역에 특구를 설치하고 외국 기업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특구와 내륙 지역 간 연계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하였다(권영경, 2014; 임을출, 2015). 하지만 「경제개발구법」을 기존 법(「라선경제무역지대법」, 개성공업지대법」 등)과 비교하면 기업의 권리, 지대 밖 기업과의 경제 거래 등 경제활동과 관련한 조항이 누락되어 있다. 이는 내륙에 입지한 경제특구들에 대한 중앙의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고 개발구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기존의 모기장식 개방정책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유현정, 2014).
이러한 기조는 경제특구 개발 유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북한은 경제특구를 폐쇄형(닫긴형)과 개방형(열린형)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폐쇄형은 다시 완전폐쇄형(완전닫긴형)과 준폐쇄형(반닫긴형)으로 분류하고 있다(조창준, 2015). 완전폐쇄형의 대표적 사례로는 개성공업지구를, 준폐쇄형의 사례로는 라선경제무역지대를 들고 있다.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라선경제무역지대를 준폐쇄형 특구에 포함시킨 것은, 중국처럼 시장경제 요소를 제한된 공간에서 실험한 후 확산시키려는 목적보다는 정치적 안정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신의주의 신압록강대교 개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압록강대교는 2011년 착공되었으나, 내부적으로 장성택이 주도한 사업이라는 점과 대외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어 북측 구간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특구는 직접효과(외화 획득, 고용 창출, 정부 수입 및 수출 확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와 간접효과(기술 수준 향상, 경제개혁의 실험 기회 제공, 기술 전파, 수출 다변화, 국내 기업의 교역 효율성 강화, 시범효과(demonstration effect) 등)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성장거점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World Bank, 2009). 북한은 경제특구를 외화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체제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제적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개발 의지 부족, 재정적 역량 미흡, 열악한 인프라 수준 등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인해 특구 정책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남북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경제특구가 재개되거나 신규로 지정되더라도, 완전폐쇄형 특구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으며, 남북협력 기반 특구정책이 성공하더라도 북한 내 지역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시장(marketplace)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인식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간주하였으나, 국가나 기업소가 생산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재화 공급이 어려웠기 때문에, 개인이 텃밭이나 부업을 통해 생산한 재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농민 시장을 허용하였다. 경제위기 이전 농민 시장은 합법적인 소규모 소비재 시장이었으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암시장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으며, 이를 장마당이라고 불렀다.
2003년 북한 정부는 시장 기능과 품목이 확대된 장마당을 종합시장으로 합법화하였으며, 곡물과 공산품의 판매를 허용하였다. 김정일은 2001년 생산재 시장(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의 허용, 2002년 가격 지표의 현실화 등을 단행하였으며, 이러한 조치는 4가지 시장(생산재 시장, 소비재 시장, 자본·금융시장, 노동시장) 중 소비재 시장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시장화 조치 전후 농민 시장과 종합 시장을 비교하면, 입지, 거래 품목, 공급원, 거래 방식, 유통 주체, 관리체계, 시장관리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보였다. 주요 변화로는 도시 중심으로의 이전, 거래 품목의 확대, 공급원의 다양화, 화폐 거래의 보편화, 전문 상인의 등장, 시장 관리의 체계화, 시장관리비의 인상으로 나타났으며, 시장의 규모와 기능도 세분화되었다(홍성국, 1999; 장정길·전창곤, 2000; 양문수, 2018).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전국 단위 유통망을 갖춘 특대 도매시장들이 평양시, 함흥시, 청진시, 원산시, 신의주시, 평성시, 남포시 등지에 형성되었다(홍민 외, 2016)(Figure 8).
북한의 시장 정책은 경제난 해소를 위한 시장 활용의 필요성과 사회주의 체제 동요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허용과 억제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종합시장 승인 이후 시장화의 급속한 확대로 체제 위협을 느낀 북한 당국은 2005년부터 시장을 억제하기 시작하였으며, 2009년에는 시장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 수립 이후 경제성장을 통한 정권의 정당성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2012년 국영 상업망 시장활동 시범 실시, 2013년 산업(기업소, 농업, 상업) 개혁, 2014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등을 통해 계획경제 체제 내에 시장경제 요소를 확대하였다.
북한은 시장의 허용과 억제를 반복하였으나, 김정은 정권 초기의 시장 허용 정책은 김정일 정권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된 시장 요소를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시장화가 확대됨에 따라 2000년대 이전 교환 및 지불수단으로만 활용되던 북한의 화폐는 점차 교환기능과 가치저장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자본을 축적한 돈주(개인자본가)가 등장하였다(이영훈, 2006). 2002년 기업 번수입지표21)의 도입으로 기업소의 계획 달성 여부가 화폐 수익에 따라 평가되자, 돈주들은 정부의 암묵적 허용 아래 기업 명의를 차용해 사업을 운영하였다(권영경, 2008). 이들은 고리대금업, 국가 아파트 건설, 서비스 시설 운영, 단순 임가공업체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였다(곽인옥·임을출, 2016). 돈주의 건설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도시 내 상업시설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거 성분제에 따라 구분되던 주거지역은 경제적 요인에 의해 공간이 재편되었으며(박세훈 외, 2016), 교통 및 통신시설 개발 또한 확대되었다(양문수, 2005)(Figure 9).
시장화는 지역 특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Figure 10>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식품가공 부문에서 지역별 입지계수가 2 이상인 지역이 나타났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4를 초과하였다. 또한, 의류 부문에서도 일부 지역의 입지계수가 2를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Marx(1875)는 사회주의 단계에서 시장과 상품교환이 잔존하는 이유를 자본주의로부터 이행하는 시점의 생산력 수준과 사회적 조건이 공산주의적 분배 원리를 실현할 만큼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미성숙한 조건 때문에 시장 요소가 과도기적으로 유지되며, 생산력이 고도화된 이후 공산주의 단계에서 소멸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시장화에 따른 공간 변화는 기존 지역정책에서 추구해 온 폐쇄적·자립적 경제구조와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으며, 공간구조의 경로 의존성을 고려할 때 기존 공간구조에 내재된 시장적 요소는 쉽게 소거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 남한의 지역발전 전략
1960년대 한국은 서구의 산업화 경로와 유사하게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을 도시에 집중시킴으로써 경제성장과 압축적 도시화를 이루었다. 1990년 이전까지 성장거점 정책 기조의 불균형 발전 전략이 주도적이었으나,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적 인식 또한 존재하였다. 1960년대 후반에 수립된 지역균형전략은 서울의 과대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을 계기로 안보적 차원에서도 추진되었다(이원종 외, 2015). 균형발전 정책으로 1964년 대도시인구집중대책, 1971년 개발제한구역 도입, 1973년 공공기관이전 정책, 1977년 수도권 인구 재배치 계획 등이 있다. 1980-1990년대에는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을 통해 국가의 다핵적 발전을 위한 성장거점도시 선정, 지역생활권 조성, 인구의 지방정착 유도를 추진하였다. 1980년대는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제1차 수도권정비계획 등을 통해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였으며, 신경제5개년계획(1993-1997),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1994) 등을 통해 수도권의 인구와 경제력을 지방 대도시로 분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광역권 개발전략을 추진하였으며, 낙후지역의 준농림지 개발을 허용하는 개발촉진지구 제도를 도입하여 지방분산형 국토개발을 도모하였다. 김대중 정부(1998-2002)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산업진흥계획을 수립하여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을 추진하였다. 또한 수도권정비계획(1997-2011)을 통해 기존 5개 권역을 3개 권역으로 통합·조정하고 과밀부담금, 공장총량제 등을 도입하였으며, 수도권의 공공시설 중 8개 청과 3개 기관을 대전으로 이전하였다.
이전까지의 정책은 경제성장 중심 기조로 인해 균형발전의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였으나 노무현 정부(2003-2008)가 지방의 ‘3분 정책’(분권, 분산, 분업)을 골자로 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비전은 ‘전국이 개성있게 골고루 잘 사는 사회건설’이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립형 지방화를 추진하였다(변창흠, 2010).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혁신체계에 기반한 연구개발투자와 문화예술 분야의 창조 활동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및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였으며, 수도권과 타 권역의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다극분산형 발전과 세계화에 대응하는 개방형 국가경영을 제시하였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07).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전략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전면 채택하였으며, 둘째, 지역 격차 완화와 자립형 지방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지역특성화, 공공기관 및 기업의 지방이전, 낙후지역개발촉진, 신수도권 관리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었다. 셋째, 균형발전 추진을 위한 추진체계 구축(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협의회 설치)과 제도화(「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제정)를 추진하였다. 넷째, 균형발전특별회계의 도입을 통해 부처별 분산 운영되던 국가균형발전 재원을 통합관리함으로써 체계적 재정지원의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였다. 다섯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연계 추진을 통해 지역 주도의 상향식 발전체계를 구축하였다(오승은·노승용, 2014).
이명박 정부(2008-2013)는 국정과제로 ‘창조적 광역발전과 실질적 지방분권’을 제시하고, 광역경제권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핵심 전략과제로 설정하였다. 국토 공간구조를 초광역경제권, 5+2 광역경제권, 163개 기초생활권으로 계층화하고, 각각의 발전목표를 국가경쟁력 강화, 지역경쟁력 강화, 국민 기본수요 충족으로 차별화하여 추진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하면서도, 광역경제권 도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구함으로써 지역간 격차해소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를 가진다(한경원, 2018; 남창우 외, 2020에서 재인용).
박근혜 정부(2013-2017)는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지역에 희망을 주기 위한 지역희망(HOPE)프로젝트’22)를 제시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 발전의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중앙정부 지원체계의 비효율성,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부족, 지역사회의 제한적 참여, 지방재정의 취약성, 수도권-비수도권 간 교육·연구 격차를 지적하였다(남창우 외, 2020).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 추진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기초 인프라에서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 등 고차원적 서비스에 이르는 통합적 생활공간의 구현이다. 둘째, 부처 간 협업이 요구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개별부처의 시책을 조정하여 맞춤형 패키지 방식의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 셋째,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주민참여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함으로써 지역 주도의 협력체계를 강화하였다(산업통상자원부, 2014).
문재인 정부는 지역주도의 자립적 성장을 위한 사람(안정되고 품격 있는 삶), 공간(방방곡곡 생기 도는 공간), 산업(일자리가 생겨나는 지역혁신)의 3대 전략과 9대 핵심 과제를 제시하였다. 사람 전략에서는 지역인재-일자리 선순환 교육체계 구축, 지역 특색의 문화·관광 육성, 지역 맞춤형 보건·복지체계 구축을 제시하였으며, 공간 전략에서는 농산어촌 활성화, 도시재생 뉴딜 추진, 인구감소지역의 거주 강소지역(작지만 강한지역)화를 제시하였다. 산업전략에서는 혁신도시 시즌 2 추진, 지역산업 3대 혁신, 유휴자산의 경제적 자산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였으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위상을 복원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였다. 2017년 10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2018년 3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균형발전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2019년 1월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2022)을 수립함으로써 균형발전 전략을 구체화하였다. 문재인 정부(2017-2022)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는 균형발전 정책에서 시행의 기본이 되는 공간적 단위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과 지역 내에서 통합적으로 연계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개혁이 미흡하였다는 것에 있다. 또한, 시대적 대전환(지방소멸 위기로 대표되는 인구 문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의 연계가 부족하였다(정준호, 2022).
균형발전정책은 노무현 정권을 기준으로 중앙 주도적인 균형발전 전략에서 지방 주도적인 균형발전 전략으로 전환되었다. 2000~2010년대 균형발전정책은 지방분권적 관점에서 지역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였다. 자립형 지방발전, 공공기관 지방이전, 행복도시 조성을 위한 3대 특별법을 제정하였으며, 수도권 규제 및 지역특성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또한, 지방소도읍육성, 접경지역지원, 신활력지역개발을 통해 낙후지역의 체계적 개발을 추진하였다. 2020년대 이후의 균형발전정책은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한 자율, 공정, 희망의 지방시대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수립하였으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또한 기회발전, 교육발전, 도심융합, 문화 등 4대 지역발전특구 제도를 도입하고, 제2기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인구감소지역 특별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남한의 지역발전정책은 정권별로 광역경제권(이명박)·생활권(박근혜)·혁신도시(노무현) 등 공간 단위와 정책수단이 상이했으나, 공통적으로 중심지역의 집적경제 효과를 주변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발전 논리를 견지해 왔다(Table 5).
Ⅴ. 결 론
본 연구는 북한 지역발전 전략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체제별 지역발전 이론을 고찰하고, 북한의 주요 지역정책(공업 배치 전략, 경제특구 정책, 시장 허용 정책)을 분석하였다. 한반도의 이질적 공간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남한의 지역정책 기조를 준거로 하여 북한 지역정책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북한의 지역발전 전략은 사회주의 체제의 지역발전 기조를 근간으로 하되,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수정·보완되어 왔다. 사회주의 지역정책은 지역 격차 해소를 목표로, 자립(자급자족)과 지역 특화 이론을 통해 지역경제의 자립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적 접근으로 전개되었다. 정책수단으로 자본과 인구의 이동·집중 억제, 집단적 소비수단의 균등 공급, 저개발 지역에 대한 투자·보조금 확대 등이 활용되었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 기조에 따라 대도시가 아닌 낙후지역인 군을 발전 거점으로 설정하였으며, 공업 배치를 통한 자립체제 구축, 도농연계 강화 전략을 통해 균형발전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북한의 공업 분산배치 전략은 자원 부족과 생산성 저하가 누적되면서 한계에 직면하였고, 이후 대내외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치·안보적 기능이 강화되었다. 김일성이 추진한 전국 단위 공업 배치 전략은 재정적 지원의 한계와 지방 자율성의 부재 속에서 시행된 데다, 지역 간 생산요소와 재화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산업구조의 왜곡과 경제난을 초래하였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된 경제특구 정책은 정부의 개발 의지 부족, 열악한 인프라, 제도 미비, 정부의 재정 역량 한계, 특구-지역산업과의 연계성 미흡 등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의 생계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시장 허용 정책은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도매시장 형성, 상업시설 증가, 교통·통신 인프라 확충, 민간 주도의 건설 활동 확대 등 일련의 공간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계획경제 체제하에서 전제해 온 공간 질서와 생산·분배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20×10 정책’은 1960년대 시행되었던 지방 공업 분산 배치 전략과 맥을 같이 하며, 장기화된 고립적 대외 환경 속에서 체제 생존과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지역발전 전략에서 드러난 지역 격차 확대, 산업구조 왜곡, 소규모 경공업 공장의 분산적 입지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 제한 및 특화 산업 육성 저해와 같은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시장화로 인한 공간구조의 변화, 시장경제 경험의 축적으로 인해 내부적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은 노무현 정권 이후 균형발전이 강조되었으며, 지역혁신체제와 클러스터, 지역 협력 및 거버넌스 이론을 기반으로 기능·지역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발전 전략이 수립되었다. 이후에도 보수와 진보 정권에 따라 성장과 균형발전 간의 정책적 강조점은 변화했으나, 지역균형발전은 지속적으로 국가 핵심과제로 인식되어왔다. 남한의 균형발전전략은 성장거점 형성과 혁신을 통한 경제 파급효과를 주변 지역으로 유도함으로써, 지역 간 격차 완화와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현시점에는 저성장 시대의 진입과 지역 균형에 대한 시민 의식의 제고로 인해 성장과 균형발전의 조화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지방소멸, 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균형발전의 새로운 방향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종합하면, 남북한의 지역발전 전략은 체제적 조건에 따라 근본적으로 상이한 경로를 보여준다. 북한의 지역발전 전략은 균형발전과 국가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군 단위 중심의 공업 배치를 통해 행정구역 단위의 폐쇄적 자립체제 구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경제난 이후 정부가 시장을 일정 부분 허용하면서 민간자본이 형성되고 지역 간 연계가 확대되었으며, 이는 계획경제적 공간질서와 충돌하는 이중적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반면, 남한의 지역발전 전략은 집적경제와 혁신을 통해 성장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 간 연계를 통해 이를 주변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접근방식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본 연구는 남북한의 지역발전 전략을 체계적으로 비교·고찰함으로써 한반도 공간적 이질성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으나, 발전전략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와 지표가 미흡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북한 균형발전전략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 공간정보 기반의 데이터 구축과 계량적 분석 기법의 확장을 통해 남북한 지역 불균형의 구체적 규모와 변화 양상을 보다 실증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신혜원 박사학위 논문인 “북한의 시공간 경제분석: 개발정책, 지역 불균형 및 시장”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음.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운영비지원(주요사업)사업으로 수행되었음(20250299-001, (25주요-대3-목적) 북한지역을 고려한 저비용·고효율 건설기술 개발).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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